끝내지 못한 것들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내 삶은 언제나 어딘가 덜 채워져 있다. 끝내지 못한 것들, 포기한 것들, 멈춘 것들이 내 방과 마음을 가득 메운다. 미완이라는 단어가 주는 쓸쓸함은 오래 나를 따라다녔고, 나는 그 불완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방 한쪽 구석에는 반짝임을 잃어가는 보석십자수가 놓여 있다. 처음엔 열정적으로 시작했다. 작은 큐빅들을 하나씩 붙이며 완성될 풍경을 상상했다. 반짝이는 조각들이 모여 커다란 그림을 이루는 과정은 묘하게 위안이 됐다. 그러나 절반쯤 붙였을까, 손끝이 지쳐가고, 다른 일에 마음이 쏠리며 그만두고 말았다. 아직도 반쯤 완성된 보석십자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를 기다린다. 그 미완의 빛이 오히려 내 무력감을 드러내는 것 같아 외면하면서도, 이상하게 버리지 못한다.
그와 비슷한 것이 또 있다. 원고를 완성하고 나서도 POP 출판 준비에서 자꾸 멈춰버린 일. 원고는 내 손에서 끝났지만, 표지라는 문 앞에서 번번이 반려되었다. 글씨 크기, 색감, 여백, 방향… 자잘한 이유들이지만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출판은 마치 결승점 같았지만, 나는 지금도 출발선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표지 하나 때문에, 내 책은 세상에 나가지 못한다. 그것은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내 마음을 눌러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미완의 상태가 내가 여전히 글을 쓰게 한다. 완결이 나지 않았으니, 나는 또 다른 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네일아트를 기억한다. 한때는 손끝까지 반짝이며 나를 꾸미고 싶었다. 알록달록한 색감, 작은 스톤, 반짝이는 광택. 그 화려함이 내 일상까지 바꿔줄 것 같았다. 그러나 몇 번 채우다 말고는 결국 중간에 포기했다. 손끝이 자주 깨지고, 내 생활과 맞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며. 결정적으로는 수술을 앞두고 “이제 못하겠다”라는 이유로 그만두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몸이 먼저니까, 괜찮아.’ 하지만 사실은 열정이 식었고, 끝까지 버틸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미완은 늘 이렇게 핑계를 동반한다.
나는 내 삶이 늘 반쯤에서 멈춰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고, 영어 공부를 한다며 책을 샀지만 표지만 몇 번 들춰보다 멈췄다. 달리기를 한다며 운동화를 샀지만, 지금은 현관 구석 먼지만 쌓이고 있다. 이토록 많은 ‘미완’들이 내 주변에 흩어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실패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 미완은 오히려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완성은 고정이고, 멈춤이며, 종착점이다. 그러나 미완은 이어질 가능성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건,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득 예술가들의 미완을 떠올린다.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조각상들은 대리석 속에 인물이 아직도 갇혀 있는 듯 보인다. 카프카의 미완 소설들은 독자에게 끝없는 해석을 남겼다. 그 불완전 속에서 작품은 더 살아 숨 쉬었다. 완결되지 못했기에 오히려 사람들은 더 오래 붙잡았다. 나의 보석십자수, 네일아트, 출판 준비 역시 언젠가 그 미완이 내 삶의 다른 의미로 살아남지 않을까.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말하지 못한 사랑, 전하지 못한 고백,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화해. 그 미완의 감정들이 내 삶을 붙잡았다. 다 털어놓았다면, 관계는 더 빨리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완으로 남았기에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기억한다. 말하지 못한 한마디가 내 안에서 수없이 반복되며 새로운 문장을 낳았다.
삶은 결국 거대한 미완의 연속 같다. 아침에 세운 계획이 저녁이면 어김없이 틀어지고, 내일로 미뤄둔 일들은 다시 내일의 미완이 된다. 그러나 그 미완들이 쌓여서 내가 된다. 미완이 없다면 나는 늘 완결 속에서 멈춰버렸을 것이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언젠가 내가 이 모든 미완들을 하나씩 완성하는 날이 올까? 반쯤 붙인 보석십자수 위에 마지막 큐빅을 붙이고, 반려되던 표지가 승인되고, 끝내 포기했던 네일아트를 다시 시작하는 순간. 그러나 동시에 안다. 아마 그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괜찮다. 미완이 있기에 나는 여전히 내일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새로운 미완을 하나 더 만든다. 다 쓰지 못한 편지, 다 읽지 못한 책, 다 닿지 못한 꿈. 그러나 그것들은 실패가 아니라 내일을 살아낼 이유다. 완성은 멀고, 미완은 곁에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살아간다.
미완은 한숨이 아니라, 시작의 다른 이름이다.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오늘이 있기에, 나는 내일을 또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