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게 뭔데 그래?

착함을 강요당한 세대의 고백

by Helia

하나도 괜찮지가 않았다. 단 한순간도 괜찮은 적이 없었다. 나는 늘 괜찮은 척을 했을 뿐이다.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속은 늘 곪아 있었다. 참는 게 능사라 했지만, 참는 건 능력이 아니라 억눌린 비명이었다. 억울함을 삼킨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고, 오히려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려 무수한 밤을 잠 못 들게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게 착하다고 말했고, 그런 나를 칭찬했다. 그 칭찬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무너졌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착한 아이로 불렸다. 울음을 참으면 칭찬받았고, 양보하면 어른스럽다 소리를 들었다. 억울함을 삼켜내면 "네가 이해심이 많구나"라는 말이 따라왔다. 하지만 그것은 칭찬이 아니라, 나를 침묵하게 만드는 주문이었다. 나는 누나라는 이름으로 양보해야 했고, 딸이라는 이유로 얌전해야 했으며, 여자라는 이유로 참아야만 했다. "넌 누나니까", "넌 여자니까", 이 짧은 말들이 내 입을 막고 내 목소리를 지웠다. 착한 걸 강요당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점점 투명해졌다.

사람들은 "너답다"라는 말을 쉽게 내뱉었다. 조용하면 너답다, 양보하면 너답다, 얌전하면 너답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내가 아니라, 타인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틀일 뿐이다. 나답다는 말은 언제나 남이 바라는 나였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얌전하지도 않았고, 늘 양보하고 싶지도 않았고, 화낼 줄 모르는 아이도 아니었다. 억울하면 반박하고 싶었고, 부당하면 소리치고 싶었으며, 마음껏 웃고 떠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내게 "너답지 않다"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말이 오히려 자유로웠다. "너답지 않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정해진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도서관에서 혼자 웃음을 터뜨렸을 때, 억울한 상황에서 끝내 침묵하지 못하고 맞서 말했을 때, 그 순간이야말로 진짜 나였다. 나는 알고 있다. 나다움이란 타인의 기대에 맞춰 조용히 얌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흉터도 나다움이다. 실연의 아픔, 배신의 흔적, 가족에게 들은 말들이 남긴 금, 그 모든 흉터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흉터를 감추라 했다. 흉터 없는 모습이 더 예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흉터야말로 내가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문장들이다. 견딘 눈물, 삼킨 말, 터져 나오지 못한 분노, 그것들이 바로 나의 기록이고, 그것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빚어냈다. 나는 더 이상 흉터를 감추고 싶지 않다. 그것은 내가 나로 존재해 온 가장 분명한 증거다.

나는 착하지 않다. 억울하면 화내고 싶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늘 입이 막혔다. "네가 참아야지", "네가 이해해야지", "넌 원래 착하잖아." 이 말들은 사실상 이렇게 들렸다. "네 입을 열지 마라", "네 감정을 드러내지 마라", "너는 타인을 위해 존재해라." 그들의 말은 나다움을 착함으로 포장했지만, 그것은 내 본질이 아니라 그들의 편의에 맞춰진 역할일 뿐이었다.

이제 나는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다움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매 순간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순간, 나는 조금 더 나다워진다. 착하지 않아도, 흔들려도, 서툴러도, 그 모든 것이 나다. 나다움은 타인의 언어로 규정되는 게 아니라 내가 매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이야기다.

“나다운 게 뭔데 그래?”
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착하지 않을 때도 나고, 이기적일 때도 나고, 흔들리고 모순된 순간에도 나다. 오늘 내가 내뱉는 목소리, 오늘 내가 견딘 흉터, 오늘 내가 흘린 눈물이 곧 나다움이다. 그러니 나에게 착함을 강요하지 마라. 양보를 미덕이라 치켜세우며 억울함을 삼키는 걸 인내라 미화하지 마라. 나는 더 이상 당신네들이 정의한 '나답다'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나다움은 내가 정한다. 오늘의 나, 이 흔들리고 불완전한 나, 그것이 곧 나답다. 당신은 언제, 어디에서 착함을 강요받았는가. 당신은 언제 나답지 않은 척하며 스스로를 속였는가. 그리고 지금의 당신에게 나다움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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