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순간들을 지켜내는 용기
추천 클래식
Claude Debussy – Suite bergamasque, L.75: III. Clair de Lune
나는 내 행복을 내가 지킨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니까. 세상은 늘 조건을 내세우며 행복을 미끼처럼 흔들어댄다. 돈을 벌어야 한다, 사랑을 해야 한다,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웃을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런 건 한순간 반짝하다가 금세 사라진다.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진짜 행복은 남이 주는 보상이 아니라 내가 끝내 지켜내는 작은 불꽃이다.
나는 예전엔 그걸 몰랐다. 남의 시선과 말에 매달려 살았다. 칭찬 한마디에 웃다가도, 금세 뒤돌아선 무관심에 무너졌다. 그렇게 공기만 들이마시듯 허공에 기대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내 목을 축이는 건 바깥의 물줄기가 아니라 내 안에 숨은 샘이라는 걸. 그때부터 다짐했다. 행복은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다. 남이 내 행복을 대신 살아줄 수 없으니, 내가 지켜내야 한다고.
헌법 속에 적힌 “행복추구권”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으로만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내 삶과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다. 존엄이란 말은 내가 함부로 쓰러져선 안 된다는 뜻이고, 행복추구권이란 결국 내 일상을 내가 붙잡아야 한다는 선언이다. 법이 보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떨어지는 건 없다. 매일매일, 내가 선택하고 지켜야만 비로소 권리가 된다.
불행은 언제나 불쑥 찾아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때, 애써 세운 계획이 무너질 때, 몸이 제 뜻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행복은 금방 깨져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행은 몰아내야 할 적이 아니라 잠시 앉았다 가는 손님 같은 거라는 걸. 괜히 몸부림치며 쫓아내려 할 필요도 없다. 차 한 잔 내어주고, 잠깐 머물게 했다가 결국 떠나보내면 된다. 그렇게 불행과 공존하는 법을 익히고 나니, 오히려 행복은 더 뚜렷해졌다. 어둠이 깊어야 별빛이 선명해지듯, 상실과 고통이 있어야 작은 기쁨의 무게를 알게 된다. 그래서 이제 불행조차도 두렵지 않다. 내 행복을 더 단단히 확인하게 해 주니까.
행복은 꼭 거창한 사건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뜨겁게 끓인 라면 국물 한 숟가락에 몸이 풀어지고, 지하철 창가에 앉아 스쳐가는 불빛을 바라보다 괜히 마음이 놓이고, 편의점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잠시 웃는 걸 보며 안도한다. 비 오는 날 카페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 시간도 좋다. 그 모든 순간들이 다 나를 버티게 한다. 나는 그것들을 작은 조약돌이라 부른다. 하루하루 주워 모은 조약돌이 쌓여 내 삶의 탑을 세운다. 허술해 보여도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단단하다.
물론 나 혼자만의 행복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나의 웃음이 누군가의 눈물을 밟고 얻어진 거라면, 그건 결코 행복이 아니다. 행복추구권은 개인에게 주어지지만 결국 함께 지켜내야 온전해진다. 내가 누군가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으면 내 행복도 허약해질 뿐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무겁게 만들진 않았는지, 내 선택이 타인의 웃음을 지워버리진 않았는지. 서로의 행복을 존중할 때, 내 행복도 더 빛난다.
완벽한 행복은 애초에 없다. 언제나 흠집이 있고 금이 가 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오히려 진짜 행복이 살아 숨 쉰다. 금 간 도자기에 스며든 햇살이 더 아름답듯, 내 삶의 금 역시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불완전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내 행복의 증거라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작은 실천으로 내 행복을 지킨다.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걷는 일, 좋아하는 문장을 소리 내 읽는 일, 음악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 이 모든 순간은 세상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만의 권리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도, 이 작은 습관들이 결국 나를 지탱한다. 행복을 지킨다는 건 거대한 싸움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조각들을 놓치지 않는 끈기다.
그래서 다시 말한다. 행복추구권은 내 몫이다. 세상은 언제든 흔들리고, 바람은 거세게 불고, 어둠은 길게 드리워지겠지만, 나는 내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의 권리이자, 동시에 내가 짊어져야 할 의무다. 행복은 남이 대신 쥐여주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내가 끝내 지켜내는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다짐한다. 어떤 풍파 속에서도, 어떤 상실 속에서도, 끝내 내 행복은 내가 지켜내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