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희생의 땅, 봉인의 퍼즐

해제된 문양

by Helia

길은 열렸지만, 그 끝에는 피를 요구하는 땅이 있었다.

발밑의 푸른 문양은 심장처럼 고동쳤다. 빛은 따뜻하지 않았다. 날카롭고 차갑게 두 녀석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바람은 비린내와 피냄새를 섞어 실어왔고, 돌기둥 숲은 살아 있는 심장처럼 두근거리며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고래밥… 우리 중 하나가 남아야 한다는 건 결국 희생을 요구한다는 거잖아.” 돼지바의 목소리는 공포에 갈라졌다.
고래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희생은 답이 아냐. 이건 시험이야. 규칙을 그대로 따르라는 덫.”

그 순간, 돼지바의 시선이 모래 위에서 반짝이는 조각을 발견했다. 심연에서 부서져 나온 유리병 파편이었다. 그 옆에는 파도에 밀려온 빛의 조각, 심연의 눈이 남겼던 흔적까지 함께 흩어져 있었다. 돼지바는 숨을 죽이며 속삭였다.
“설마… 이게 다 퍼즐 조각인 거야?”

고래밥은 이미 눈치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봉인을 해제하려면 조각을 맞춰야 해. 부수는 게 아니라 풀어내야 해.”

두 녀석은 떨리는 손으로 조각들을 집어 들었다. 유리병 파편은 문양의 중심 홈에 꼭 맞았다. 파편이 끼워지는 순간, 빛은 비명을 토하며 번쩍였다. 이어서 바다에서 건져낸 빛 조각을 기호의 빈틈에 맞추자, 문양은 더 크게 흔들렸다.

마지막으로 심연의 눈동자가 남겼던 흔적을 조심스레 끼워 넣었다. 퍼즐은 하나씩 제자리를 찾으며 서로 이어졌다. 기호가 완성될 때마다 공기는 갈라지고, 돌기둥 숲은 몸부림치듯 요동쳤다.

그리고—
마지막 조각이 들어가자 문양이 심장처럼 요동쳤다. 빛이 갈라지며 균열이 퍼져나갔고, 억눌린 힘이 폭발하듯 하늘로 치솟았다.

푸른 섬광이 세상을 찢었다. 바다는 괴물처럼 울부짖었고, 은빛 구름은 불길하게 갈라졌다. 날개 달린 형체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돼지바와 고래밥은 서로의 손을 더 강하게 쥐었다. 그들의 발밑에서 봉인의 무늬가 산산이 흩어지고 있었다.
“해냈어… 규칙을 깨뜨린 게 아니라, 봉인을 푼 거야.” 돼지바가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고래밥은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새로운 길이 열릴 거야.”

눈부신 섬광이 가라앉자, 빛과 어둠 사이에 또 다른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아무도 밟은 적 없는 낯선 길.

하지만 그 길 끝에서 기다리는 것이 구원일지, 파멸일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음 화에 계속.

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