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의 규칙
어둠은 끝났지만, 세상은 낯설었다.
두 녀석은 심연을 찢고 나온 순간, 눈부신 빛에 눈을 감았다.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고, 모래알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공기에는 피와 바다소금이 섞인 듯한 낯선 냄새가 스며 있었다.
돼지바가 먼저 눈을 떴다. 발밑은 부드러운 모래였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계단 속 울림처럼 몸을 울렸다.
“고래밥… 우리, 나왔어. 그런데… 이게 진짜 세상 맞아?”
고래밥은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태양은 없었다. 그러나 빛은 사방에서 퍼지고 있었다. 은빛 구름이 심장처럼 꿈틀거렸고, 하늘을 나는 형체들이 불길한 울음을 토했다. 새처럼 보였지만 날개는 물결처럼 일렁였고, 소리는 쇳소리와도 같았다.
“세상은 맞아.” 고래밥의 눈빛이 매서웠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세상은 아니야.”
돼지바는 주변을 둘러봤다. 바닷가 옆으로 숲처럼 늘어선 돌기둥들이 보였다. 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듯 심장 박동이 전해졌다. 진동이 발끝을 때릴 때마다 뼈가 저릿하게 울렸다.
“이건… 살아 있어. 숲이 아니라, 괴물의 무덤 같아.”
그때 모래 위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심연에서 산산조각 난 유리병의 파편이었다. 돼지바가 그것을 집어 드는 순간, 바람이 귀를 스쳤다.
“여기는 너희의 세상이 아니다.”
숨이 막혔다.
고래밥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누구의 세상이지?”
곧, 파편이 손에서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래 위에 푸른빛 문양이 번졌다. 심연에서 본 붉은 문양과 닮았지만, 이번엔 차갑고 매서운 빛이었다. 파도가 문양을 삼키지 못하고, 오히려 밀려나고 있었다.
“새로운 규칙이 시작된다.” 속삭임이 또 울렸다.
그 순간, 하늘을 가르던 형체 하나가 곧장 추락했다. 돌기둥에 부딪혀 부서지듯 떨어졌지만, 다시 몸을 일으켰다. 가까이에서 본 그것은 새도, 짐승도 아니었다. 눈이 없는데도 두 녀석을 똑바로 응시하는 듯했다.
돼지바가 뒷걸음질 쳤다.
“저건… 우리를 보고 있어.”
고래밥은 손을 꽉 쥐며 속삭였다.
“이건 환영이 아냐. 우리를 시험하는 존재야.”
문양은 점점 강하게 빛났다. 돌기둥들이 흔들리며 굉음을 토했다. 발밑 모래가 무너져 내릴 듯 떨렸다.
숨이 막혔다.
손이 떨렸다.
세상이 낯선 규칙으로 다시 쓰이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길은 열렸다. 하지만 너희 중 하나는 이곳에 남아야 한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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