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부서진 바다 위의 길

균열의 바다

by Helia

빛과 어둠이 찢긴 자리에, 균열 투성이의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녀석은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바다 위에 놓인 듯 보였지만, 그건 물이 아니라 유리처럼 굳어버린 수면이었다. 발밑으로는 수백 갈래의 금이 퍼져 있었고, 틈새마다 낯선 빛줄기가 스며 나왔다. 그 빛은 바닷속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처럼 보였다.

“고래밥… 이건 단순한 길이 아니야. 우리를 시험하려는 무언가야.” 돼지바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래밥은 균열을 노려보며 낮게 대답했다.
“맞아. 봉인은 풀렸지만, 진짜 퍼즐은 이제 시작된 거야.”

멀리 돌기둥 숲이 비틀리며 검은 액체를 흘려내렸다. 그 액체가 바다 위로 떨어져 균열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 유리 같은 수면이 끔찍하게 울렸다.

두 녀석은 숨을 고르고 발을 내디뎠다. 걸음마다 삐걱거리는 유리 파편 소리가 울렸고, 균열은 발끝에서 더 크게 벌어졌다. 틈새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팔뚝처럼 뻗어 나와 발목을 움켜쥐려 했다.

“잡아당긴다…!” 돼지바가 외쳤다.
고래밥은 흔들리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두려워하지 마. 끝까지 함께 가야 해.”

그 순간, 돼지바의 주머니에서 작은 빛 조각이 튀어나왔다. 이전 퍼즐을 완성한 뒤에도 남아 있던, 의미를 알 수 없던 마지막 파편이었다. 조각은 균열 속으로 떨어져 빈틈에 끼워졌다. 순간 그림자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균열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잠시 잠잠해진 틈새가 이내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며, 더 깊고 어두운 균열을 드러냈다.
“퍼즐은 끝난 게 아니었어. 아직 조각이 더 필요해.” 고래밥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럼… 이 길 전체가 퍼즐의 판이라는 거야?” 돼지바가 숨을 몰아쉬었다.
고래밥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한 셈이야.”

그때, 하늘이 갈라졌다. 은빛 구름이 찢겨 나가며 번개가 보랏빛으로 일렁였다. 균열 너머에서 거대한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대처럼 깜박이는 빛을 내뿜었지만, 그 빛은 구원인지 함정인지 알 수 없었다.

“저곳이 다음 조각이 있는 자리일지도 몰라.” 고래밥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돼지바는 공포와 설렘이 섞인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바다가 거칠게 흔들리며 길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두 녀석은 서로의 손을 더 세게 잡고 버텼다. 균열 속 그림자들이 다시 팔을 뻗으며 그들을 끌어내리려 했다.

그리고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탑에 닿지 못한다면, 너희는 이 이야기에서조차 지워질 것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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