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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전하지 못한 마음의 주소

by Helia

밤마다, 잊힌 편지들이 별이 되어 떨어진다.
그 별들은 울음처럼 조용히 흩어져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 닿고, 그곳에 하나의 불빛이 켜진다.
세상의 지도에도, 항공사진에도 없는 곳.
그 불빛이 바로 별사탕 우체국이다.

별사탕 우체국은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머무는 곳이다.
누군가의 이름이 지워진 편지, 보내지 못한 고백, 미안하다는 말 한 줄.
그 모든 감정이 별사탕으로 변해 이곳으로 흘러온다.
밤이 깊을수록 우체국의 불빛은 더욱 따뜻해진다.

문 위의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접수합니다. 주소는 몰라도 괜찮아요.”

그 문을 여는 이는 루네.
달빛 색 앞치마를 두른 소녀다.
그녀는 매일 새벽, 별사탕을 분류하고 달빛 잉크로 편지를 쓴다.
잉크병 속에는 눈물처럼 투명한 빛이 일렁인다.
그녀의 펜촉이 종이를 스칠 때마다 작은 별들이 피어난다.

“오늘은 ‘잊히지 않는 사람에게’라는 편지가 도착했네.”
루네가 낮게 속삭인다.
그러면 봉투 안의 별사탕들이 살짝 흔들리며 반짝인다.
그건 오래된 기억의 부스러기, 혹은 말하지 못한 사랑의 잔향이다.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포노, 까만 고양이가 있다.
말 대신 금빛 눈으로 마음을 읽는 고양이.
포노는 편지를 배달한다.
새벽의 구름길을 건너, 잊힌 서랍 속이나 오랫동안 닫혀 있던 다이어리 위에 조용히 편지를 내려놓는다.

루네는 가끔 포노에게 묻는다.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그 마음을 알아차릴까?”
포노는 대답 대신 꼬리를 천천히 흔든다.
그건 ‘아마도 그렇겠지’라는 뜻이다.

별사탕 우체국에 모인 편지들은 각기 다른 빛을 품는다.
푸른 편지는 미련, 분홍빛 편지는 그리움, 그리고 완전히 투명한 편지는 너무 오래된 사랑이다.
그 편지들은 서로 부딪히며 반짝인다.
마치 세상에 남겨진 마지막 온기처럼.

루네는 그런 편지들을 가장 아껴 다룬다.
종이 한 장, 글자 하나에도 손끝을 떨며 조심스럽게 빛을 입힌다.
그녀의 손길이 닿는 순간, 편지는 다시 온기를 되찾는다.
그리고 그 온기는 누군가의 밤하늘로 흘러가 작은 별이 된다.

창문 밖에서는 은하수가 느릿하게 흐르고, 별사탕이 눈송이처럼 내려앉는다.
누군가는 그 빛을 보고 소원을 빌고, 또 누군가는 눈물을 삼킨다.
하지만 루네는 알고 있다.
그건 기도가 아니라, ‘전하지 못한 말’이 만든 불빛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펜을 든다.
“이 편지의 목적지는… 마음의 끝, 그리움의 시작점.”
잉크가 종이를 스치며 번지고, 문장은 천천히 숨을 쉰다.

> “모든 전하지 못한 마음은 결국 누군가의 밤하늘에서 빛이 된다.”

그 문장이 완성되는 순간, 유리잔 속 별사탕이 은은히 흔들린다.
누군가의 이름이 아주 작게 속삭여진다.
별사탕 우체국은 오늘도 그렇게, 세상 어딘가의 마음을 대신 써 내려간다.

오늘 밤, 당신의 하늘에도 별사탕 하나가 떨어질지 모른다.
그건 어쩌면, 당신이 잊었다고 믿은 누군가의 편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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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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