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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봄비의 약속

by Helia

세상은 다시 젖어야 피어난다.

울음이 멎자, 세상은 다시 젖었다.
달빛 아래에서 비의 냄새가 피어오르고, 두꺼비는 하늘을 처음으로 올려다보았다.
그가 살아남은 겨울은 이제 멀어지고 있었다.
공기 속에는 봄의 약속이, 어딘가엔 새 생명의 숨결이 번지고 있었다.

그날 밤, 하늘에 구름이 모였다.
달빛이 흐려지고 바람이 불었다.
두꺼비는 물가의 풀잎 아래 몸을 웅크렸다.
비가 오기 직전의 냄새는 달았다.
흙과 잎, 아직 피지 않은 꽃의 향이 섞여 있었다.
세상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툭.
첫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 소리는 작았지만, 두꺼비의 심장을 크게 울렸다.
잠시 후 수천 개의 파문이 연못 위로 번졌다.
물결이 부서지고,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찼다.
두꺼비는 눈을 감았다.
그의 등에 떨어진 빗방울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겨울의 차가움을 씻어내는 손길 같았다.

그는 조심스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은 비와 섞이며 흙냄새를 품었다.
그 냄새는 고향의 기억처럼 익숙했다.
물결 속에서 그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았다.
살아 있다는 감촉, 숨이 닿는 곳마다 번지는 온기.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빗방울이 얼굴을 때렸지만, 그 아픔마저도 달콤했다.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순간적으로 세상이 하얗게 빛났다.
그때 두꺼비의 목이 부풀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울었다.
그 울음은 봄비와 뒤섞여 연못을 울렸다.
멀리서 또 다른 울음이 대답했다.
하나, 둘, 그리고 수십 마리.
연못은 다시 노래가 되었다.
비는 그 노래를 감싸 안으며 흘렀다.

“두꺼비는 봄비에 노래한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기억 속에서 들려왔다.
그는 다시 울었다.
이건 살아남은 자의 인사이자, 다시 시작하는 자의 노래였다.
비는 그 울음을 세상 구석구석으로 데려갔다.
나뭇가지 끝에서, 새싹 아래에서, 흙 속의 알 속에서
모든 생명이 그 울음에 귀를 기울였다.

비는 멈추지 않았다.
땅이 젖고, 풀잎이 흔들렸다.
두꺼비는 숨을 고르고, 그 젖은 세상을 바라봤다.
이 비가 끝나면,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새싹이 피고, 알이 깨어나고, 자신이 부른 노래가 생명을 불러올 것이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 빗방울이 코끝에 떨어졌다.
그는 미소처럼 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은 겨울의 끝이었고, 봄의 시작이었다.

비가 멎어야 봄이 온다.
하지만 봄은 언제나, 젖은 자리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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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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