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의 별들
비가 멎은 자리에서 생명은 다시 노래했다.
비가 그친 아침, 연못 위엔 별처럼 반짝이는 물방울이 떠 있었다.
햇살은 그 물방울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세상을 깨웠다.
두꺼비는 물가에 앉아 숨을 골랐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의 냄새가 여전히 공기 속에 머물러 있었다.
젖은 흙, 새로 돋은 풀잎, 그리고 아직 마르지 않은 바람의 냄새.
세상은 다시 태어난 듯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물 위에는 수천 개의 작은 파문이 햇살을 받아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어젯밤 그가 불렀던 노래의 흔적 같았다.
비가 남긴 자리마다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두꺼비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살아남는다는 건,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뜻이야.”
그의 발밑에서 무언가가 살짝 움직였다.
작은 그림자였다.
비에 불어난 물속에서 꼬리 하나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올챙이였다.
두꺼비는 숨을 멈췄다.
그 한 번의 움직임에 물결이 번졌다.
연못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봄이 자라고 있었다.
햇살이 더 밝아졌다.
두꺼비는 물속으로 몸을 낮췄다.
물결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듯 따뜻했다.
그는 두 눈을 감고 물에 잠겼다.
귓가에 들리는 건 잔잔한 바람의 노래와, 물속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어제의 봄비가 오늘은 빛으로 변해 있었다.
빛은 물 위에서 부서지며 별이 되었고,
그 별빛이 두꺼비의 몸 위에서 숨 쉬었다.
연못 건너편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그리고 셋.
어제와는 다른 울음이었다.
더 밝고, 더 멀리 퍼지는 소리.
두꺼비는 그 노래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리듬을 더하고, 갈대가 박자를 맞췄다.
세상은 다시 노래하고 있었다.
그는 목을 부풀렸다.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었다.
낮고 부드러운 울음이 물 위를 스쳤다.
그 울음은 연못에 닿아 파문이 되었다.
그 파문이 번지며 물 위의 별빛을 흔들었다.
연못이 반짝이며 대답했다.
두꺼비는 알았다.
이건 혼자가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부르는 봄의 합창이라는 걸.
해가 기울며 연못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 빛 속에서 물방울들은 천천히 사라졌다.
대신 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두꺼비는 연못에 비친 별빛을 바라봤다.
물 위의 반짝임과 하늘의 별이 한데 섞였다.
그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비가 멎으면 별이 뜨고,
별이 뜨면 세상은 다시 노래한다.”
바람이 불었다.
잔잔한 물결이 퍼져나가며 연못의 별들을 흔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숨은 따뜻했고, 봄의 냄새가 났다.
비가 멎은 자리마다 별이 피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생명은 다시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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