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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별빛이 주소를 잃은 밤

by Helia

새벽이 밝아왔지만, 아직 한 통의 편지가 남아 있었다.
도착하지 못한 마음, 그건 늘 가장 오래 머무는 이야기였다.

루네는 창가에 앉아 사라지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서서히 푸른빛으로 번지고 있었지만, 별사탕 병 속의 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포노가 졸린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오늘은 조금 피곤해 보여.”
“응. 아마 마음이 길을 잃은 밤이었나 봐.”

그녀는 책상 위의 빈 봉투를 집어 들었다.
달빛 잉크는 거의 말라 있었고, 아무리 써도 글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달이 기운 걸까?”
포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군가의 마음이 아직 도착지를 정하지 못한 거야.”

그 순간, 별사탕 병이 살짝 흔들렸다.
유리벽 안에서 작은 별빛 하나가 터져 나오더니 봉투의 형태로 변했다.
루네는 손을 뻗었다.

> “받는 사람: 잃어버린 주소에게.”

그녀의 손끝이 떨렸다.
“주소에게 편지를 쓴다니, 이런 건 처음이네.”
포노가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그건 누군가가 ‘돌아가고 싶은 곳’을 잃었다는 뜻일지도 몰라.”

루네는 봉투를 열었다.
희미한 잉크가 새벽빛에 번지며 문장이 드러났다.

> “보내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혹시 이 편지를 주운 사람이 있다면, 내 마음을 대신 전해 주세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종이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따뜻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포노, 우리… 이런 편지 본 적 있지?”
“응. 오래전에도 한 통 있었어. 네가 잊은 이름으로 썼던 편지.”

루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낮게 흘렀다.
“그때 나는… 아직 그를 용서하지 못했어.”
포노는 잠시 침묵했다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 지금은?”
“이젠, 그 사람이 아니라… 그때의 나를 용서해야 할 것 같아.”

달빛이 그녀의 어깨 위를 감싸 안았다.
루네는 봉투를 접으며 속삭였다.

> “편지는 길을 잃지 않아.
다만, 우리가 너무 빨리 잊을 뿐이야.”

그녀는 우체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새벽의 공기가 차가웠지만, 그 안엔 달콤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포노가 옆을 걸으며 물었다.
“이 편지는 어디로 가는 거야?”
“주소가 없는 곳, 아직 마음이 머무는 어딘가로.”

그녀는 붉은 우체통 앞에 멈춰 섰다.
손끝의 편지가 달빛을 머금으며 은은히 빛났다.
루네는 조심스레 그것을 우체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찰칵—, 작은 소리와 함께 편지가 사라졌다.

그 순간, 하늘 어딘가에서 별빛 하나가 흘러내렸다.
포노가 고개를 들었다.
“봤지? 편지가 길을 찾았어.”
루네는 미소 지었다.
“그래. 마음이 진심이면, 주소는 언젠가 스스로 생겨나는 법이니까.”

그녀는 천천히 손바닥을 펼쳤다.
달빛이 남긴 온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 “도착하지 못한 말은,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에서 자라고 있어.”

별사탕 우체국의 종이 은은하게 울렸다.
루네는 눈을 감고 속삭였다.
“사람의 마음엔 언제나 길이 있어.
다만, 그 길을 잃고 지날 뿐이지.”

새벽의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 “당신의 마음엔 아직 도착하지 못한 편지가 있나요?”

달빛은 다시 하늘로 흘러가며,
그 질문을 세상 곳곳에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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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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