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새벽의 봉투

루네는 창가에 앉아 사라지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쓰던 편지는 이미 달빛의 길을 따라 떠났고, 남은 건 잉크 냄새와 미묘한 떨림뿐이었다.
포노가 꼬리를 감으며 속삭였다.
“이번 편지는 오래 머물렀네.”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는 늘 늦게 도착하거든.”
루네는 웃었지만, 그 미소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병 안의 별사탕들이 살짝 흔들렸다.
그중 하나가 밝게 빛나며 봉투의 형태를 띠었다.
루네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 “받는 사람: 아직 용서하지 못한 마음에게.”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번엔… 조금 다르네.”
포노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건 누구의 마음일까?”
“글쎄, 아직 향기가 낯설어. 하지만 어쩐지… 내 이야기일지도 몰라.”

봉투가 열리자 잉크 자국이 새벽빛에 번졌다.

> “그때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이제야 알겠어요. 용서받지 못한 마음도, 결국 사랑이었다는 걸.”

루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문장 하나에 오래 묻어둔 기억이 깨어났다.

> “그는 늘 새벽마다 편지를 쓰던 사람이었어.
하지만 마지막 편지는, 내게 오지 않았지.”

그녀의 목소리가 달빛보다 낮게 흘렀다.
“그날 이후 나는 용서 대신 잊는 법만 배웠어.”
포노가 천천히 물었다.
“사람들은 왜 용서를 편지로 배우는 걸까?”
루네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마, 직접 말하기엔 마음이 너무 약해서겠지.”

달빛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종이를 접으며 속삭였다.
“미안하다는 말은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라, 나를 되돌아보는 주문이야.”

포노는 창가로 올라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 편지는 누구에게 닿을까?”
“누군가의 새벽일 거야.
끝내 말을 삼킨 사람의 마음, 아직 닫히지 않은 상처.”

루네는 봉투에 달 모양의 우표를 붙였다.
그 순간, 병 안의 별사탕이 한꺼번에 반짝였다.
은빛 파도가 번져나가고, 새벽이 조금 더 밝아졌다.
“포노, 이건 새벽에 전해져야 해.”
“왜 하필 새벽이야?”
“용서는 밤이 끝나야 시작되니까.”

그녀는 봉투를 포노에게 건넸다.
포노가 꼬리 끝으로 봉투를 감싸자, 별빛이 피어올랐다.
길이 열렸다.
그 끝에는 잠든 도시, 그리고 작은 창문 하나.

그곳엔 한 남자가 있었다.
책상 위엔 오래된 봉투 한 장과 닫히지 않은 잉크병.
포노는 조용히 편지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창문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남자는 눈을 떴다.
편지를 펼친 그의 눈에 새벽빛이 번졌다.

> “편지는 늘 늦게 도착하지만, 마음은 제시간에 닿는다.”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마치 오랫동안 쥐고 있던 무언가를 놓아주는 듯했다.

멀리서 별사탕 우체국의 종이 울렸다.
루네는 창가에 기대어 미소 지었다.
“새벽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용서를 배웠구나.”

달빛이 사라지고, 첫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펜을 들고 속삭였다.

> “편지는 잊은 사람에게 닿지 않아.
아직 기다리는 마음에게만 닿는단다.”

루네는 잉크를 다시 묻히며 중얼거렸다.
“다음 편지는… 희망이 필요하겠네.”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웃었다.

> “당신이라면, 어떤 마음을 지금 용서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