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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문 앞에 찾아온 작은 미소

by Helia

우체국의 종이 울린 뒤, 실내 공기는 갑자기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창문과 문 사이의 공간이 마치 누군가의 숨결처럼 올라갔다가 내려앉았다. 포노는 털을 곤두세우며 낮게 속삭였다.
“루네… 이번엔 정말 누가 왔어. 공기가 흔들리고 있어.”

루네도 느꼈다. 문턱 아래로 아주 희미한 빛가루가 스며들고 있었고, 그 빛은 새벽에 남아 있던 흔적과 똑같은 결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작은 그림자 하나가 햇빛 속에서 둥글게 굴러 들어올 듯 서 있었다.

작고 말랑한 얼굴, 반짝이는 눈망울, 꼬리가 톡 튀어나온 작은 쿼카였다. 쿼카는 양팔로 무언가를 꼭 껴안고 있었고, 루네를 보자 얼굴 가득 미소를 터뜨렸다.
“안녕하세요! 여기… 저한테 떨어진 편지가 있어서 가져왔어요!”

포노는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쿼카가… 스스로 찾아오다니. 이런 건 처음이야.”

루네는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편지가 어떻게 네 앞에 떨어졌다고 했지?”

쿼카는 품에 든 꾸러미를 흔들며 이야기했다.
“제가 길을 걷고 있었는데요, 땅이 반짝여서 봤더니—갑자기, 이 편지가 제 발 앞에 ‘톡!’ 하고 떨어졌어요! 길이 저보고 가져가라고 했어요.”

루네는 편지를 받아 들었다. 낮인데도 편지 표면은 달빛 같은 냉기를 머금고 있었고, 손끝에 닿자마자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포노는 루네의 표정 변화를 읽고 다가왔다.
“루네, 네가 지금 떠올린 그 사람… 맞지?”

루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동자의 흔들림이 이미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쿼카는 품에서 또 다른 작은 꾸러미를 꺼내 두 손으로 건넸다.
“이건 제가 드리고 싶어서요! 저희 마을에서 만든 과일 말린 거예요. 우체국은 마음을 많이 쓰는 곳이라서… 조금 달게 하려고요!”

포노는 감탄하듯 말했다.
“마음이 먹는 간식이라니… 귀엽네.”

루네는 꾸러미를 받아 들며 따스하게 웃었다.
“고마워. 네 마음이 정말 소중하게 전해졌어.”

쿼카는 작은 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말했다.
“그럼 저는 갈게요! 편지는 꼭 읽어보세요! 중요한 것 같았어요!”

쿼카가 햇빛 속으로 사라지자, 우체국 내부는 다시 고요해졌지만 공기엔 여전히 미세한 파동이 남아 있었다. 루네는 편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봉인을 풀었다. 잉크는 살아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흔들렸고, 글씨는 낮의 빛에서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루네, 네가 답장을 쓰고 있을 줄 알았어. 그래서 너보다 조금 먼저 내 마음을 보냈어.”

루네는 숨을 들이키며 손을 멈췄다. 그 문장에는 오랫동안 가라앉혀두었던 이름의 그림자가 스며 있었다. 포노는 그녀의 손등 위로 몸을 기댔다.
“루네… 네 심장, 지금 너무 빠르다.”

루네는 떨림을 감추려 했지만, 종이 위의 글씨가 갑자기 흐릿해지는 순간 다시 손을 멈췄다. 잉크가 스스로 움직이며 문장을 지우고, 다른 문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루네,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포노의 귀가 단단히 말려 올라갔다.
“이건… 돌아오겠다는 신호야. 루네, 누군가 문 앞까지 온 것 같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체국의 종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아주 분명한 울림이었다. 문 너머에서 바람 아닌 무언가의 기척이 또렷하게 서 있었고, 빛과 그림자가 문 아래로 천천히 흘러들고 있었다.

루네는 숨을 삼켰다.
“포노… 이번엔 정말, 누가 찾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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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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