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나는 마음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버겁다.
현실이 너무 단단해서, 마음이 눌릴 때가 있다.
그럴 땐 나는 도망치듯 머릿속으로 숨어든다.
그곳에서만 나는 숨을 쉬고, 자유롭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말한다.
“그건 현실 도피야.”
“망상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
하지만 나는 안다.
망상은 도피가 아니라,
이성으로는 버티지 못할 때 감정이 찾아낸 가장 인간적인 방어였다.
어릴 적엔 그걸 ‘꿈’이라고 불렀다.
책상에 엎드려 하늘을 날고,
사라진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는 아무도 내 상상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건 순수함이자 자유였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로 사람들은 말했다.
“그런 건 비현실적이야.”
“꿈꾸지 말고, 계획을 세워.”
그 말은 정답처럼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내 안의 온도를 차갑게 식혔다.
망상은 허황된 게 아니라, 내 안의 불씨였다.
누군가의 비웃음에도 꺼지지 않던 작은 빛.
현실이 너무 무거워질 때면,
나는 그 불빛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바라본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온기.
그건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상상은 몸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마음을 데려간다.
그곳에서는 실패도, 상처도, 두려움도 잠시 멈춘다.
그리고 다시 숨을 고른다.
망상은 허공을 떠도는 생각이 아니다.
현실을 견디기 위해 발명된, 인간만의 특권이다.
누군가는 현실을 세우고, 누군가는 현실을 견딘다.
나는 다만 그 사이에서 꿈을 꾼다.
그게 내 방식의 생존이다.
현실은 늘 계획을 요구한다.
성과, 일정, 결과, 효율.
하지만 그 틀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마모된다.
머리는 명확해지지만, 마음은 흐려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상상한다.
“만약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자유롭다면.”
그 한 줄의 망상으로도,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다.
망상은 어쩌면 가장 용감한 저항이다.
세상이 ‘안 된다’고 말할 때,
혼자만의 ‘될지도 몰라’를 믿는 일.
이성은 멈춰도, 마음은 이미 날고 있다.
나는 그 불가능을 상상하는 힘을 믿는다.
밤하늘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별 하나가 사라져도, 나는 그 위를 그려본다.
보이지 않는 별,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별.
그 별을 상상하는 동안 마음은 가벼워진다.
망상은 불가능을 믿는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가, 내일을 꿈꾸게 한다.
사람들은 현실을 붙잡으며 산다.
나는 상상을 붙잡으며 산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믿음, 희망, 사랑.
그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망상은 그 감정들의 숨은 언어다.
나는 안다.
꿈은 현실의 반대편에 있지 않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바람이 꿈이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해받고, 다시 일어서고 싶은 마음.
그 모든 감정이 꿈이다.
망상은 그 꿈에 날개를 달아준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상상한다.
이성이 막아도, 마음은 이미 날고 있었다.
나는 허황된 꿈을 믿는다.
그게 내일을 버티게 하니까.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건 아무 소용없어.”
하지만 나는 안다.
망상은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유효한 마법이다.
세상은 말한다.
“깨어나라, 현실을 봐라.”
나는 조용히 웃는다.
현실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걸 견디게 하는 건 언제나 꿈이었다.
꿈은 도망이 아니라 숨이다.
그리고 그 숨이 이어질 때, 우리는 다시 하루를 산다.
망상은 비겁하지 않다.
그건 마음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성으로는 설명되지 않아도, 감정으로는 이해된다.
망상은 부정의 언어가 아니라, 회복의 언어다.
하루를 버티는 건 현실의 힘이지만,
내일을 기대하는 건 상상의 힘이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상상 속에서 숨을 얻는다.
망상은 허공이 아니라 통로다.
지금의 나와, 되고 싶은 나를 잇는 다리.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망상한다.
작은 방 안에서, 창문을 열고,
보이지 않는 하늘을 그려본다.
누군가는 그걸 허상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그걸 나의 현실이라 부른다.
가끔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누가 비웃어도,
그 말이 내 안의 중심을 세운다.
상상은 언제나 현실보다 조금 앞서 있고,
그곳에서 자라난 희망은 언젠가 현실이 된다.
망상나래.
그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무너진 마음을 들어 올리는 날개다.
그 날개가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마음의 문을 연다.
그 문 너머엔 아무것도 없을지 몰라도,
그 빈 공간이 내겐 가능성이다.
망상은 그 가능성을 채우는 첫 숨이다.
나는 믿는다.
이 허공 속에서 피어나는 상상이
언젠가 현실이 되어 나를 다시 구할 거라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 자신에게 속삭인다.
망상하라, 그리고 꿈을 꾸라.
세상이 그 꿈을 비웃을수록,
너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아직은 날 수 있을까 두렵지만,
그래도 날아본다.
그게 나의 현실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