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깨어난 그림자
그리고 바로 그때, 물아래에서 천천히 눈을 뜬 존재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머물러 있었던 듯한 깊은 기척을 품고 있었다. 두꺼비는 숨이 멎은 듯 몸을 굳혔고, 작은 두꺼비는 본능적으로 두꺼비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물속에서 피어오르는 어둠에서 단 한순간도 벗어나지 못했다. 금빛은 이미 사라졌지만, 오히려 그 빈자리가 더 강렬한 빛을 남긴 것처럼 물의 중심부가 서서히 밝아졌다. 마치 달빛도 태양빛도 아닌, 아주 오래된 밤의 깊은숨이 모습을 드러내는 듯했다.
그 존재는 두꺼비보다 훨씬 크지도, 지나치게 위협적이지도 않았지만, 묘하게도 두 생명의 심장을 동시에 붙잡아 흔들 만큼 강한 기척을 지니고 있었다. 물속에서 떠오르는 눈빛은 온기가 없었으나 차갑지도 않았다. 그저 오래된 시간의 잔여처럼,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번씩 깨어나는 고요한 생명의 일부 같았다. 두꺼비는 어느 순간, 그 눈빛이 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지금 눈을 뜨는 이 존재는, 겨울과 봄 사이의 경계에서 깨어난 생명의 흔적이었으니까.
물은 잔잔했지만 공기는 더 무거워졌다. 작은 두꺼비가 두꺼비의 등껍질을 살짝 누르듯 기대었다. 두꺼비는 그 떨림을 느끼며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느껴졌다. ‘이건 도망칠 대상이 아니야.’ 두꺼비의 몸 깊은 곳에서부터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겨울을 버티며 생긴 작은 용기가 물결 위로 떠오르는 듯했다.
물이 아주 조용히 갈라지며 그 존재의 형태가 드러났다. 길고 부드러운 물풀 같은 듯, 그러나 물풀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 그것은 두 생명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세상의 표면 가까이에서 자신이 존재함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마치 봄의 문턱에서 “여기에도 또 다른 생명이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것처럼.
두꺼비는 눈을 크게 뜨고 물속을 바라보았다. 그 존재는 두 생명을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방향을 틀어 연못 깊은 곳으로 움직였다. 사라지는 듯했지만 금빛의 잔상은 잠시 동안 남아 두 생명을 둘러싸는 것처럼 흔들렸다. 작은 두꺼비는 숨을 내쉬며 두꺼비의 옆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들은 한동안 물속이 가라앉는 것을 바라보았다.
“지금… 본 거, 뭐였을까?” 작은 두꺼비의 표정은 말보다 또렷하게 물었다. 두꺼비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그 존재는 자신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바람이 불어 물결 위에 작은 빛을 흩으며 지나갔다. 두꺼비는 그 흔들림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봄에만 깨어나는 무언가일지도 몰라.’ 그 생각은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에서 조용히 자라났다.
그러나 물속 깊은 곳에서 방금 전에 사라졌던 금빛이 아주 희미하게, 다시 한 번 깜빡거렸다. 두꺼비의 심장이 반응하듯 흔들렸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을 버텼던 모든 생명들이 이 봄에 깨어나는 것처럼, 그 존재도 지금 막 첫 문장을 연 것뿐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두꺼비는 알았다. 지금 본 것이 무엇이든, 이 연못에는 아직 그들이 모르는 계절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 순간, 작은 두꺼비가 두꺼비의 옆구리를 톡 건드렸다. “저기… 우리 저쪽도 가볼까?” 물가의 반대편, 어딘가 다른 빛이 번지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꺼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봄은 여전히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고, 그 질문은 이제 더 깊어지고 있었다. 두 생명은 다시 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물속에서 깨어난 그림자의 여운은 뒤에 남은 채, 새로운 발자국이 또 하나, 모래 위에 찍혔다.
그리고 멀리서—
금빛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흔들렸다.
마치 ‘계속 와도 좋아’ 하고 불러내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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