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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월급으로는 식당을 차릴 수 없다

일반 중소기업 다니는 월급쟁이는 식당 하나 차리기도 힘들다

by 사마의

공군에서 장교로 3년을 복무하고 나름 알뜰하게 모아서 전역했을 때 수중에 대략 4천만원 정도의 돈이 남아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4천만원이면 아주 작게나마 뭐라도 해볼 수 있었겠지만 입대 전 가지고 있었던 이런저런 채무를 변제하고 나니 3천만원이 후딱 사라져 버렸고 수중에는 결국 1천만원이라는 돈이 남았던것 같네요.


"식당을 알려면 부동산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씀에 따라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첫 직장으로 잡아 일을 하기 시작했고, 원룸 한번 구해서 살아본 적 없는 중개의 중자도 모르는 서울 토박이가 부동산 중개라는 것에 대해서 감을 조금씩 잡아 가면서 운 좋게 월 1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어가고 있었습니다.


부모님 집에서 얹혀 살면서 차곡차곡 그 돈들을 모두 모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만은 결혼을 앞두고 준비하느라 여자친구와 막 살림을 합쳤던 탓에 생활비로 고스란히 지출되게 되었죠.


그렇게 반여년 이 흐른 후 불규칙한 수입이 있는 영업직 보다 안정적인 직장 삶을 살으라는 주변 분들과 어른들의 권유에 일단 부동산 사무실을 나와서 잠깐 시간 틈이 생긴 차에 신혼여행을 먼저 다녀오겠다고 덴마크로 훌쩍 떠나서 다녀오는 바람에 생기는 지출이 대략 600만원이었습니다.


그 후 컨설팅 관련해서 몇 개의 식당을 오픈을 하고, 다른 식당들도 가서 일을 하면서 수입이 조금씩 생겼지만 특별하게 많이 번다라는 느낌은 여전히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지금 가지 언제 가냐?" 라는 이유 부터 시작해서 대만, 베트남, 일본을 다녀오게 되고 통장 잔고는 점차 줄어갔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16년 상반기에 결국 회사로 취직을 합니다.

F&B초기 브랜드 런칭을 계획하고 있는 회사로, 배울것도 많을것 같고 일단 월급도 꾸준히 나오겠다... 주5일이겠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겠다.. 싶어서 취직을 하게 되었는데, 스타트업이라고 월급을 이것저것 떼고 나니 180이 조금 넘는 금액정도 됩니다. (식당에서 뛰던 때보다 훨씬 못받는 현실이네요.)


게다가 아내는 아이를 가지게 되는 바람에 정말 아무일도 할 수 없게 되어서 오로지 제 수입만으로 생계를 꾸려가게 되었습니다.



자.

실 수령 180 벌어봐야 월세 떼고 차비 떼고 통신요금 떼고 보험료 떼고 공과금 떼고 뭐 떼고 떼고 하면 얼마나 저축이 가능할까요? 설령 저축이 얼마나 가능하다고 한들 아이가 태어나면 저축이라는게 가능이나 할까요?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몇십만원의 금액으로 저축해봐야 언제 돈을 모아서 식당 한번 차려볼까요?


절대로, 이런 월급 받아서는 이런 월급 모아서는 식당을 차릴 수 없습니다.

작은 식당 차리면 된다구요?

3000~5000만원 사이의 소자본 식당도 (정말 생계형) 차릴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축으로 모은 돈으로 차린다는것은 얼마가 걸릴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지출은 계속해서 늘어갈 꺼거든요.


게다가 자기 분야에서 일은 야근이다 뭐다 시달리면서 하고 있는데 식당을 차리기 위한 음식 연습 등은 도대체 언제 할껀가요? 그리고 그 피드백에 대한 도움을 누가 줄껀가요?


결국 정답은 누군가에게 돈을 얻어가는 방법인데, 투자? 투자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소규모 생계형 창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대출, 정부대출(소상공인 등), 지인 가족 등등 사채에 기대는 수 밖에 없겠죠?



돈이 있어야 사업을 하든 식당을 차리든 할텐데 중소기업 월급으로는 (250받는다고 누가 자랑해도 어차피 못모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차 살꺼잖아요?) 택도 없습니다. 결혼도 안하고 혼자서 쭈그려 살면서 죽어라 종자돈 모아야 가능한 액수기 때문에 가족들이 생긴다면 더더욱 불가능한 거구요.


대기업은 다녀보지를 않았는데 생각보다 이것저것 합치면 연봉 6000~7000의 수익 (세금, 4대 떼면 줄겠지만) 을 얻는다고 합니다. 이 정도 다니면 악착같이 모으면 나름 금새 종자돈 모을 수도 있을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그 돈 모아서 식당 차릴꺼면 그냥 대기업 다니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더럽고 짜증나는 꼴 보기 싫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야근하는거 짜증나고 힘들고 삶이 없어서 사장 소리 들어가면서 식당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식당은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꺼거든요. 게다가 회사는 욕먹어도 월급은 나오지만(물론 일정 시점에서 짤린다는 조건은 배제하더라도) 식당은 욕먹는 순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합니다. 투자금액이 모두 무의 경지로 돌아간다는 것이죠.



다시 돌아가서, 월급쟁이 월급으로는 식당 차릴 돈 못 모아요. 특히나 딸린 식구가 있다거나 "인간다운 삶"을 산다고 여가 활동 하고 놀러 다니면 더더욱이 못 모읍니다. 만약 그걸 다 포기하고 이 악물고 모은 돈으로 식당을 차린다면, 그런데 그렇게 차렸는데 쫄딱 망한다면? 속이 편하시겠어요?


불편하죠?


그런데 왜 대출로 모은 돈은 남의 꽁돈인양 운용에 대한 불감증이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왜 그토록 많이 망해가는 식당을 선택한것도 모자라서 그렇게 많이 망하는 업종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조차 하지 않고 시작하려는거죠?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의 말만 술술술 듣고 말이죠.



예전 글에서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돈 많이 뜯어 먹는다고 적었는데, 네. 그들도 다 기업이고 이윤창출을 해야 하니까 상식선이든 비 상식선이든 이윤을 추가 합니다. 그거 아까우면 공부 해서 비용 지출 줄이셔야죠? 그런데 공부 안했잖아요? 그냥 절대 이번 생에에서는 모으지도 못할 돈 어떻게 구해다가 "알아서 해주세요~" 하고 갖다 바치니까 "이건 누가 먹어도 먹는 돈" 이라고 다 달라붙는거 아니겠어요?


마찬가지로 예전 글에서 부동산이 엄청 뜯어 먹는다 적었죠? 부동산도 수익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계약이 성사 되어야 하는데 "소개"가 주 목적이지 그 자리가 잘 될지 안될지에 대한 "컨설팅"을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 맡기는것 아니잖아요? 그럼 돈 들고 있는 사람이 이게 뻥인지 진짠지 판단할줄 알아야 하는것 아니겠어요?


돈 참 쉽게 갖다 버리십니다. 부럽네요 돈 쉽게 쓰셔도 돼서.

그 돈 있으면 저희 팀이랑 식당 내게 차라리 투자나 해주세요. 엄한데다가 식당 하시겠다고 갖다 버리시지 마시구요.



아이템이 먼저냐, 자리가 먼저냐, 누구는 닭이냐 알이냐 같은 거라고 하기도 하고 저는 여태까지 글 쓸때는 무조건 자리먼저 보라고 글을 썼는데 공부 안 하시고 준비 안 되신거면 자리 먼저 잡아봐야 조급증만 나지 하나도 소용 없구요. 아이템 먼저 골랐다고 하더라도 상권 하나도 볼줄 모르실테니까 어차피 들어가봐야 다 털려서 망하고 나오는건 똑같아요.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공부랑 준비를 안하시면 다 털리고 나오긴 마찬가지 입니다.

준비 잘 하시고 공부 잘 하시고 시작하신다면 개인점을 하시든 프랜차이즈를 하시든 사실 상관없어요. 다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저야 프랜차이즈의 경직성 때문에 오히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개인점을 선호하는 거구요. 그런 플랜을 짤 수 있는 도전 정신이나 용기가 없으시다면 프랜차이즈 하셔도 괜찮아요.


저같으면 절대로 안한다는 것 뿐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이 헬조선 땅에서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월급 모아서 식당을 차린다는 것은 꿈에나 나오는 일이고 마찬가지로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산다는 것 역시 말도 안되는 일이겠네요.


다음 글에는 5천만원 있어봐야 서울에서 무슨 식당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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