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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마의 Oct 19. 2016

식당이라고 불리우는 곳의 처세에 관하여

대적 대상을 아군으로 만드는 어쩌면 현명한 처세에 대한 고찰

  2016년 겨울이었던가 2015년 겨울이었던가 언제인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바람이 말 그대로 칼바람이 부는 차디찬 겨울이었고 그 칼바람 속에서 "이불밖은 위험해"라면서 한창 모아둔 돈 쓰면서 쉴 때라 난방비 아까운 줄 모르고 불 떼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한 식당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 식당은 나름 가정식을 표방하고 있었고 그런 외침 답게 쟁반으로 개인 상 차림에 밥, 국 반찬 등 정갈하고 예쁜 플레이팅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저건 가야 해!!

  이불 밖은 위험한 칼 바람 부는 겨울이지만 이 호기심과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부 욕심을 막을 길은 없었다. 그 길로 고이고이 봉인해 둔 패딩을 꺼내들고 완전 무장을 한 후 아내와 함께 그 식당으로 향했다. 두 말 할 것없이 가는 길은 험난했다. 번화가에 위치한 것도 아니어서 칼바람을 막아줄 다른 행인들도 없었고 사무실 빌딩들 아주 약간있는 곳에 위치한 터라 직장인들 역시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아닌 이상 길거리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사람 하나 없는 길거리를 그 겨울에 아내와 함께 걸었다. 비명을 지르면서....


  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사람 못 갈데도 아니고 도착하면 그렇게 인터넷에서 핫하다고 얘기하는 그 식당의 밥을 맛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가격도 1인당 1만원이 넘어가는 가격이었으니 도대체 얼마나 좋은 재료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서 내기에 그런 가격을 받을까에 대한 기대까지 있었다. 정말 나와 내 아내에게는 가야만 하는 그런 식당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식당에 도착하게 되었다.

  간판도 눈에 띄지 않고, 작은 그 식당에 말이다.



  내부야 말로 볼품 없었다. 단촐한 구성 그리고 몇 개 되지 않는 테이블.......

  회전은 될까? 장사는 될까? 월세는 낼까? 등의 생각들이 스쳤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오로지 여긴 내가 기대하는 "좋은 재료로 만든 한 끼 식사"를 위해 찾아 왔기 때문이었다. 메뉴 또한 일부러 고를 필요가 없었다. 그날 그날 메뉴는 주인마음에 따라서 달라지고 손님은 그냥 인원 수 대로 받아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고대하던 음식이 나왔고, 식사를 했다.





  오늘 적은 제목도 제목이지만 결론은 다 들 알다시피 썩 별로였다. 기대를 한껏 하고 가는 여느 집이 그렇듯 말이다. 1만원을 훨씬 넘는 돈을 주고, 심지어 유명 상권도 아닌 그 상권 외곽에 있는 일부러 가지 않으면 찾아갈 수도 없는 자리에 있는 식당이라 그다지 월세에 대한 부담이 있을까 싶었던 그 곳에서, 충분히 원가에 투자를 더 할 수 있었을꺼라는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향이 있어야 할 재료는 향이 없었고, 고슬고슬 할꺼라 생각했던 밥은 뻑뻑하기 그지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간이 심심한 밸런스에 디저트라고 나온 양갱은 머리가 저릿저릿할 정도로 달기 그지없었다. 재료도 밸런스도 기대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컨셉도 가성비도 주인장의 살가움도 내가 이 식당을 가면서 기대한 것도 식당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기대하는 그 무엇도 이 식당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무형적으로 온라인을 통해서 좋다고 방방 띄우던 추종자들이 있었을 뿐이며 그냥 그 상차림을 좋아하는 팬과 매니아가 있었을 뿐이다. 모두에게 맛있는 음식이 있을 수 없듯 사소하더라도 어떤 음식에 대해서 누군가는 사랑해 줄테니 말이다. (장사가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나로서는 정말 형편없는 집이었다. 앞으로도 다시 갈 일 없는 그런, 장사를 위한 식당으로 볼 때 장점이라고는 새로 오픈해서 깔끔하다는 것 단 하나 있는 그런 식당이었으니 말이다.





  하도 블로그에서 맛있다길래 나 역시 이례적으로 맛을 보러 갔고, 맛에 실망했다. 사람 입맛 다 다르고 내 입맛 역시 쓸데없이 까탈스럽다는걸 알기에 맛이 대한 품평은 하지 않는걸 원칙으로 하지만 이 돈씩이나 주면서 이런 재료에 이런 상차림을 받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진정으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블로그 포스팅을 했다.


   나 역시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블로그 포스팅에 좋지 않은평이 올라가면 식당 입장에서는 신경쓰인다는 점이다. 어차피 내가 블로그로 영향력이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영업에 타격에 ㅌ 자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겠다만서도 어쨌든 포스팅 했다. 차라리 속으로는 가게 주인이 와서 블로그를 보고 쪽지든 댓글이든 달고 해명이라도 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자만이고 오만이었던것 같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록 그리고 몇 개월이 흐르도록 아무런 연락도 코멘트도 없었다. 그 주인이 내 블로그를 못찾았을까? 그건 절대 아닐것이다. 그 가게 이름을 검색하면 4번째 이내로 내 블로그가 검색되었으니까 말이다.


  보고 못본척 했거나 아니면 못봤거나 그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나만 포스팅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쉐프 출신인 아내는 나보다 몇 배로 소위 "빡"이쳐서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소리 하나 없는 포스팅을 했다. 아내 역시 나름 상위 포스팅이었으나 연락이 없고 코멘트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며칠 전... 아내가 나에게 카톡으로 한 통의 네이버 쪽지를 보내줬다.


   고민 참 많이 하고 보내셨을 저 쪽지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죄송은 한데, 입맛 차이다" 라는게 주 내용이고 핵심은 "얼굴 좀 지워주세요" 였다. 이 쪽지를 받고 든 생각은 "다시 가고 싶다!!" 였을까? 아니다. 특별한 감정도 변화도 없었고 요청대로 얼굴 사진만 삭제한 행동으로 이어졌을 뿐이었다.


  얼마나 요새 식당이 잘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슨 배짱으로 우호적인 평이 아닌 블로그를 방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불편한 식사를 한 손님에게 다가간다는건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얼굴보고 하는것도 아니고 모니터 놓고 자판만 두드리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세상에서 낯가림이나 민망함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따라서 나 같으면 이렇게 쪽지를 보냈을 것 같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환절기인 요즘 건강하신가요?

예전 00 월에 저희 가게인 00을 찾아 주시면서 처음 인사드렸었지요?

00을 운영중인 000 입니다.


먼저, 저희 가게를 찾아 주시면서 칼바람 부는 추운 겨울날 고생하며 와 주셨던 점에 대해서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힘겹게 발걸음 해 주신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돌아가시는 추억이 남겨지도록 저희가 준비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당시 개업 초기라 메뉴 구성이나 재료 준비, 접객 등에 있어 아직 미숙함이 많을 때라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시도록 모시지 못한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희 가게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선선한 가을이니 모시기에 좋은 계절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예전에 비해서 솜씨도 접객도 많이 나아졌다고 자부합니다.

이번 초대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찾아주신다면 즐거운 식사를 하고 가실 수 있도록 정성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제 연락처는 000 입니다. 미리 연락 주시면 그날의 메뉴를 알려 드릴 수도 있고, 좋아하시는 메뉴가 나오는 날 제가 미리 연락 드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꼭 다시한번 뵙고 오픈 초의 미숙함을 덜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00 - 000 드림.




그리고 사진은 방문한 날 조용히 따로 얘기하면 된다. 지워달라고.


이런 글 하나면 식당은 제2의 기회를 얻게 되는것 아닐까? 혹평이 호평으로 바뀌든가 혹은 포스팅이 내려지든가 할 기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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