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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마의 Oct 24. 2016

상주를 돈줄 호구로 보는 세상

오늘 아침 아버지께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요양병원에 계신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것 같다. 엄마 가있으니 빨리 가봐라."


대장암 말기로 투병중이시던 외할머니를 그제 뵙고 왔을때만해도 잘 웃고 잘 얘기하셨던 기억에 당황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싸늘한 주검이라는 그간의 책 기사 소설 등에 표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원래 몸은 차가우셨고 산소호흡기를 하고 계신 모습은 그냥 주무시는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머니께서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셨고 곧이어 도착한 이모 역시 슬픔에 젖었다. 감정들을 다 추스르고 외할머니를 보내드릴 충분한 시간도 없이 요양병원 간호사들은 "주사바늘 빼도 되죠? 잠깐 나와보세요." 라는 말과 함께 곧 그들의 할일들을 시작했다.


그래. 할"일"을 해야하는 그들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슬퍼하는 어른들을 뒤로한 채 원무과에서 정산과 서류절차등을 마무리한 후 머잖아 운구차량이 도착해서 수습하고 엘리베이터를 잡아 나가려는데 뒤에서 담당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산은 하셨죠?"

"네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가족들이 들어가려 하자 옆에서 나온 또 다른 간호사가 묻는다.


"계산은 하셨나요."

"네 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문이닫히는 순간까지 "계산은 했냐" 라는 소리를 세번이나 들어야 했다. 그간 병원비가 밀린것도 아니다. 심지어 선불로 결제해서 환급금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정산도. 서류 절차나 병원측과의 마무리등 다른 표현도 아닌 "계산"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병원비를 떼먹을까 걱정하는 그들이었다.

한 분의 고인이 아닌 서비스 제공에 대한 채권 채무관계 그것이 전부인 요양병원이었다.

(심지어 1등급이란다.)


의료 서비스만(그것도 의심된다만) 존재할 뿐 고객 서비스는 .. 아니 최소한의 배려라는게 있기나 한건가?


장례식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장례를 지낼 빈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가격의 차이로 큰방 작은 방을 정하면서 어떻게 하나 더 끼워넣어 돈을 받아낼까 하는게 대놓고 보였으며 염 하는데 얼마. 장례식장 직원이 안 하니 장소 사용료로 얼마 . 조화는 폐기처분을 권장하는데 장례식장 측에서 알아서 할테니 동의하라는 동의서를 쓰게한다.


음식 역시 가관이었다. 액수는 그렇다 치자. 반찬 가지수를 더 넣고 덜 넣고 하는 과정에서 이것도 하나 더 넣어서 하시라는 둥 어떻게든 하나라도 돈을 더 쓰게 만들려는 권유가 넘쳐났다.


그냥 그들에게는 고인과 유가족은 월급을 받으면서 처리해야 할 일 중에 하나일뿐이며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워낙 많은 슬픔이 다녀가니 무덤덤해지리란건 이해한다. 하지만 식당 역시 많은 손님이 다녀간다해서 그들에게 무표정으로 뭘 주문하든 내 알바 아니란 식으로 대하진 않는다.


장례식장은 어쩌다 한번 오고 식당은 자주온다고? 생각해보자 같은 식당을 한달에 몇번이나 가는지 말이다.

직무적으로 말하면 서비스 마인드의 부재고 인간적으로 말하면 배려의 부재다.


다들 월급받는 인형이지 프로의식이라는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상조회사 직원역시 일로만 사람을 대할 뿐이었다.


훗날을 위한 유서에 한줄 추가해야겠다.

날 위한 장례식장도 장례절차도 필요없고 그 돈으로 날 잡아서 하루 호텔 뷔페나 잡아서 근사하게들 먹고 가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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