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연구가도 아니고 전문 요리사도 아니다
수필과 우동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동집에 걸맞게 우동이라는 메뉴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어디 일본 장인 밑에서 몇 십년간 우동을 전문적으로 배워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리 한 우물만 몇 십년간 파온 전문가도 아니었다. 그냥 남들만큼 알거나 관심 있는 쪽은 조금 더 알거나 그냥 그 차이정도 였을까?
수필과 우동의 대표 우동을 만들기 위한 첫 목표는 "수원 열두알우동"형님이 닭튀김 우동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장사중인 것을 인지하고 그 닭튀김 우동을 능가하는 우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상암동 달콤우동에서도 한동안 일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닭튀김 우동만큼 직관적으로 푸짐해 보이고 이거다 싶은 우동을 찾는다라는건 절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개발을 해 내야 한다는 중압감(?)과 동시에 나름의 적극성을 가지고 뛰어들었는데 .... 우동이라는게 겉으로 보기에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장인 이라 불리는 분들의 솜씨는 사실상 면을 어떻게 반죽하고 만들어 내냐가 제일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겉으로 화려하다 어떻다는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던 것도 한몫 했으리라..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면 장인이라는 것과는 이미 하늘과 땅 차이의 느낌을 가진 내가 돈 주고 먹을 값어치 있는 우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납득할 만큼 푸짐하고 잘 주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답 역시 튀김에서 찾으려고 했다.
집에 있는 요리책들을 뒤적거리며 (그래도 아내가 쉐프인 덕에 이런 혜택은 본다) 머리를 끙끙 싸 맸지만 정말 제대로 된 튀김은 "재료 그대로를 살려서 제대로 바삭하게 만들어 낸"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데 이건 뭐 시장 떡볶이 집 튀김처럼 그냥 튀김반죽 묻혀다가 튀겼다 빼내면 그만인 것도 아니고 이 역시 센스와 훈련으로 이루어져야하는 항목이었다. 무엇보다 푸짐하게 튀김을 내어 주려면 다양한 튀김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작은 주방에 스킬이라는게 존재하지도 않는 내가 이런 고급음식을 다룰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내가 혼자 할 수 있다 한들 다른 스텝들이 함께 할 수 없다면 그 또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안정화를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평생 주7일을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당연히 빠지는 날이 생길꺼고 그 날 역시 품질은 유지되어야 할테니까 말이다.
처음 튀김우동을 만들면서 사진으로 찍힌 다른집들의 사진을 보다가 결국에는 대강 구할 수 있는 튀김거리들을 우동 한 그릇에 다 넣었나보다. 가격이 비싸지는건 둘째치고 맛도 그만큼 있어 줘야 하는데 튀김은 튀김대로 기술없는 바람에 기름먹고 모양 틀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랄까?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한번은 육개장 칼국수마냥 육개장 우동이랍시고 만들었는데 맛도 느낌도 예상되는 그 맛이었지만 참신하지도 않았고 육개장 칼국수도 있는 마당에 뭐하러 육개장 우동을 먹어야 하냐는 질문은 나 역시 어느 누구를 납득시킬 수 없는 질문이었다.
순살 치킨을 올리든 돈까스를 올리든 뭘 올려가면서 닭튀김 우동을 능가할 만한 무언가가 나올까 연구도 하고 쭈꾸미고 새우고 튀길 수 있는 것들은 전부 튀겨봤지만 정말 닭만한게 없었다. 정말 닭은 무시무시한 "병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고생 고생 하고 고민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신 메뉴를 연구개발이 아니라 이미 뛰어남을 가지고 있는 닭튀김 우동을 배워오자는 것 이었다. 사실 이 결정이 내려지기 전 까지 밤에 잠도 못자고 스트레스를 받던 터라 밥이 들어가지조차 않았는데 한결 마음을 놓고나니 훨씬 숨 돌리기가 좋았다.
하지만 그 때는 짐작은 했지만 알지는 못했다. 이게 산넘어 산의 시작이라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