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서에 도장찍고 월세 나간다며 빨리빨리 오픈해야 된다던 OO에게
어지간해서는 직원(점장급까지 포함)으로 일 하면서는 닿아보지 못할 영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해결된 뒤에 직원을 출근시키기 때문이다.
왜냐고? 인건비가 지출되니까!
요번 수필과 우동의 경우는 그간의 것들과 다소 차이는 있었다. 물론 그간의 것들 역시 점주 분들 계시면 같이 체크해드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쨌든 내 돈 드는 일 아니고 어떠한 이유로간에 생길 수 있는 후폭풍이 내 인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예산이라는게 주어지고, 결정적으로 "네가 다 알아서 해봐라" 라는 말 덕에 이건 뭐 끝판에 가서는 내 돈 다 날리면 그만이라는 무대뽀 정신을 가질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두배 부담 세배 부담인 상황이 되었다.
여하튼.
원래는 2월중에 계획대로 진행되어 인테리어랑 주방 설비가 끝나는 순간부터 우동 연습에 들어가서 2월 중에 혹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어차피 연습이기도 하니까 우동도 그냥 드리고 할 예정이었는데.... (지금도 시간 잘 맞춰 오시면 연습중이라 우동 한그릇 드시고 가실 수 있지요~^^)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산넘어 산이라 할 정도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대강 풀어놓자면 이렇다.
1. 같이 수필과 우동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던 형님이 개인사정으로 안타깝게도 함께 할 수 없게 됨
-> 일이 곱배기 이상으로 늘어남
2. 혼자 일을 다 쥐어다가 하려고 하니까 차량 이동시간이고 뭔가에 대해서 상황 판단하고 결정하는 시간이고 시간 로스가 생기기 때문에 비효율 적이고 집중력이 떨어짐 (정말 직관적이고 빠른 결정이 시간을 벌어줌)
3. 물품 체크 해서 주문 넣었다고 넣었지만 컨텍해야 할 업체도 다 다르고 자잘 자잘하게 주문해야 할 것들이 은근 많음. 다 체크해서 견적 문의하고 견적받아서 주문해야 함
4. 견적을 문의 하려고 했더니 관련 업체를 검색해야 함. 네이버든 다음이든 검색한다고 여러개가 후루루룩 나오는 것도 아님. 어떤 업체들은 지하에도 입점해있고 하는 식이라 소개소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음.
5. 견적 문의해서 받아 본다고 해도 알고 있는 단가가 있는데 꽤 높음. 교차 견적 비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나 더 쌀까봐) 또 알아봐야 함.
6. 물건을 알아보려 하니 A상점에는 1번 물품이 없고 B상점에는 1번 물품은 있으나 2번 물품이 없고 하는 식.
7. 주요 재료에 대한 식자재 업체 확보까진 쉬웠으나, 원하는 크기가 제공되지 않음. 결국 업체 새로 발굴 시도
8. 장사 혼자할 수 없으니 함께 일할 분들 면접보고 뽑아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됨. 구인공고 쓰는데만 밤 새서 씀. (덕분에 좋은 분들께서 많이 지원해 주셨음!!)
9. 정신없는데 유니폼도 알아봐야 함. 반찬도 알아봐야 하고...
10. 위에 4~7을 하는 중에 면접 진행. 그리고 그 와중에 인터넷도 달아야 하고 포스도 달아야 하고 그러는데 그냥 불러서 오시면 알아서 달아 주시는건 맞지만 시간약속 잡아서 그시간에는 어쨌든 지키고 있어야 함.
11. 그게 또 한번에 되는가? 싶다가도 종종 한방에 안끝남. 내일로 또 넘어감
12. 이 와중에 결정적인 문제가 터짐. 식기세척기(국내 최고 브랜드인 모 회사)가동을 하면 가스 냄새가 무지막지하게 나면서 눈이 맵고 얼굴이 따가움
13. 가스 문제 해결하는데만 3주 걸림. 여전히 정신은 없음
14. 해야 할 일들은 밀리고 밀리고 결국에는 하루 2시간 자는 상황에 빠지게 됨. 그 와중에 오픈예정일은 다가오게 되고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함
15. 중간중간 주문한 택배가 계속 옴 하나 정리하면 하나 쌓여가는 것 반복, 그 중간에 식기류 입고되어 무한 설거지 시작
16. 가스 문제 해결해 놨더니 이제는 열기가 강해서 불가마가 따로 없는 현실 - 배기 후드 압력이 낮은 이유 찾아내고 해결하려고 시도 중
17. 연습다운 연습은 제대로 시작도 못함
18. 벌써 22일
시간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은데, 다른 분들 보면 어떻게 며칠만에 뚝딱뚝딱 그렇게 다 해내는지 대단하시기만 하다. 난 차근차근 해 나가지만 시간이 결코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버스에서 눈을 감았다 뜨면 몇 정거장이 금방 지나가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