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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마의 Feb 27. 2017

헬조선 식당 창업하기 - 오프닝

창업 방법만 죽어라 연구하다 끝날줄 알았는데 우연히 뛰어든 창업전선

지금 시각 오전 3시 39분. 오픈 전 한정 시식회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과 떨리는 마음으로 잠이 안 온다라고 적으면 수필과 우동이라는 가게 이름 답게 수필스럽고 낭만적이고 아름답겠지만 현실은 아직까지도 일이 쌓이고 치여서 통 해결이 안되는 덕에 잠을 못자고 있다. 


여태까지 미리미리 하면서 잘 시간 좀 만들어 두지 뭐 했냐고 혹자는 말 하겠지만 2월 1일자로 프로젝트에 뛰어든 이후 평균 수면시간이 2~3시간 밖에 안 됐다라고 반문하면 믿을까? 요즘에는 수면 부족이 하도 심해지기는 심해졌는지 버스만 타면 앉자마자 눈을 껌뻑껌뻑이다가 어느새 눈을 감고 있고, 눈을 뜨고 나면 이미 내가 내릴 정류장은 신기하게도! 문을 닫고 이미 버스가 출발하는 풍경만을 담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아, 정말이지 이건 겪을 때 마다 신기하다. 어쩜 눈을 뜨면 꼭 버스 뒷문에 취이이익! 하면서 에어 빠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닫히고 있을 수가 있지? 하필 그 타이밍에? 기사님한테 "기사님!! 저 좀 내일께요!! 죄송해요!!" 라고 매 번 소리친다면 내리게 해 주겠다는 건가? 나 참.. 


아무튼 못 잔다. 


이게 불면증이든 치여서 못자든 못 자는건 못 자는거다. 가게 얻고 인테리어 하고 식자재 들여서 만들고 포스 설치 하고 오픈입니다! 하면 손님이 우르르 와서 돈 벌게 만들어 주는게 식당이라는 곳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나라 식당 폐업률이 94%라는 (이것도 매번 어느 시점을 어떻게 기준잡냐에 따라서 항상 수치가 바뀌더라) 지옥같은 현실 속에서 어쩌다 우연히 - 라고 적고 의도적으로 주어진 기회지만 어쩌면 두 번 다시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을 마지막 기회라는게 될 지도 모를 - 식당이란 곳을 운영하게 된 내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창업 서적에 보면 그 놈에 "상권"을 엄청 강조한다. 뿐만 아니다 지인이랑 대화를 해도 그 놈에 "자리"를 엄청 강조한다. 아니... 누구는 A급 상권에 A급 자리 안 들어 가고 싶냐고.... 강남역 옛날 뚜레쥬르 자리 (지금 무인양품 됐었던것 같은데 다시 공실됐나?)가 시세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월세가 1억원인건 알고서 자리 자리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들어가면 뭐 하나? 그만큼 벌어야 돈인데!!!


어쨌거나 일단 나는 "자리에 대한 선택권"은 없었다. 이미 "너 해봐라" 라는 말이 나올 때는 자리 선정이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별 불만은 없다. 그렇게 자리 자리 하던 자리가 그렇게 절대적으로 중요한거면 홍대 A급지의 상가들은 왜 바뀌고 있으며 골목 상권은 왜 뜨고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집들은 맛집으로 왜 줄을 서겠는가?


그치?

그런데 내가 당첨된 자리는 .........


사람 정말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일부러 고개를 돌려야만 보일까 말까 하는 곳이다

어렵다 어려워... 사람 시선이라는게 참 재미난게 정면밖에 안 본다.

커다란 폭발음이라든가 여성의 비명같은 쇼크 상황이 아니라면 정면밖에 안 본다.

심지어 요즘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바닥밖에 안 본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내가 앞으로 할 식당은 거기에 식당이 있는지도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할 위치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우야..... 


그런데 이미 하겠다고 OK를 한 바람에 기차는 달리기 시작했고, 인테리어, 디자인, 주방 업체 사장님들이 달라붙어 가게는 대 수술작업에 들어갔다. 정말 이건 대 수술이라는게 맞다. 

이게 전 사진이고


이게 후 사진이니까...


이렇게 대 공사를 해 주신덕에 내 어깨는 더더욱 무거워져 가고 주방 사장님은 협의 과정을 통해서 도면을 8번도 넘게 다시 작업하시지를 않나... 이 후에 얘기할 수 많은 사람들의 고생과 고생, 고생 덕분에 3월 1일 오픈을 앞 둔 27, 28의 시식회를 시작하게 됐으니.....









여대 상권에서 스텐딩 식당. 다시 말해서 "하이힐을 신은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서서 우동을 먹고 가겠니?"라는 화두를 풀어가야 할, 곡 소리가 절로 나오는 헬 조선에서 폐업률 94%의 지옥같은 식당 창업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




프로젝트 시작한지 한 달 밖에 안됐는데 할 얘기가 산더미에요 ^^

단독 브런치 페이지였으면 욕 한바지 하고 계정 정지먹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영구삭제인가?

(물론 개인 브런치랑 동시에 올릴꺼지만..)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저희도 들어 있답니다!!

현재까지 같이 일 하자고 지원해 준 60명의 지원자 분들과의 소중한 인연도 있으니까요!


반 징징 반 당돌하게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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