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하고 싶은 길을 따라가기 위해서
아직 해가 뜨지 않을 새벽 무렵 단하의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당장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 부쩍 코가 막히는지 킁킁 거리며 코로 숨을 쉬기 힘들어하던데 그 탓에 깨는건지 아니면 배가 고픈건지 (아마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잘 달래서 한끼를 먹이고 다시 재우고 나니 잠 잘 마음이 사라졌다.
어차피 일어난 것 어제 장 보면서 사온 빈츠를 한 개 꺼내 물었다.
초콜릿 흉내를 낸 그저 달기만 한 과자의 향이 퍼진다.
"후우.."
컴퓨터를 켠 채 잠깐 한 숨을 내쉰다.
수필과 우동은 끝났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이견이나 답답함에의 한숨은 아니었다.
사업이라는게 언제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 것이고 그냥 이번 역시 그런 여러 경우 중 하나였을 뿐이리라.
그것 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위한 이력서, 특히 자기소개서를 오래간만에 붙잡아 보려니 단 줄도 말이 되게 쓰이고 있지 않았던 요 며칠에 저 한숨은 두 숨이 되고 세 숨이 되어갔으리라.
항상 이력서를 쓸 때마다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페이를 제대로 주는곳은 흔히 보이지는 않는다.
최저임금이 통상 임금이고,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 연장수당 같은것은 알지도 못하고 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한 이유로 일반적인 매장근무를 선택하라고 하면 선택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집에 입이 넷이다.
사람 밥은 그렇다 치자.
사람 입장에서는 6년, 본인 입장에서는 이미 불혹의 세월을 함께 하고 있던 김모찌라는 이름의 털이 하얗게 북실북실한 이녀석은 영혼이 털려서 먹고 자는게 일상 생활인건지 어쩐건지 요새는 예전처럼 장난감이고 뭐고 통 흥미도 없고 하는 행동을 보면 기억력은 있는것 같은데 하는짓이 영 오늘만 사는것 같은 행태를 보인단 말이지....
그리고 요놈 동생.
이제 한 달이 되어가고 대강 패턴은 알겠는데 한 달간 기저귀를 300개를 쓰지를 않나.. (난 솔직히 100개면 충분할줄 알았다)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줏대없는 탓에 내가 살면서 단 한번도 못 해본 꾸준히 오전 4시 기상을 실천시켜준 아이.
개인적으로 고마운건 덕분에 7Kg (더 빠지면 좋겠다)이나 빠졌다는 것.
아 물론 체중 감량7Kg 중 6.5Kg은 사실 수필과 우동을 준비하고 오픈하느라 빠졌기야 하지.
아마 언제 제일 잘 웃냐고 물어보고 대답을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일꺼다.
하기사 웃는게 제일 행복할 때 웃는건데 다른 사회/외부적 요인 없이 딱 생존에 필요한 한정 범위에서 행복을 느끼라고 하면 당연한걸까?
무튼,
이 두 녀석 + 어른 둘을 안고 가자니 세후 150이나 줄까 말까 한 매장직들이야 (심지어 수습 3개월 90%도 적용들 하시겠단다) 선택 옵션이 될 수조차 없는거고 그간 가게를 열어가는 과정까지 준비했던 것들이나 글 쓰며 또 새롭게 뭘 할지를 고민해봐야겠다.
어차피 보름 정도는 손가락 빨아도 될 여력이 남았으니 보름동안 고3마냥 틀어박혀서 글 만 쓰면 어떻게 되나 한번 보자 (라고 하지만 분명 김단하 밥주고 기저귀 갈고 수시로 할께 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