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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마의 Mar 13. 2017

주방 도구 고르는 날

그릇을 고르는 것은 언제고 머리에 쥐가 난다

"서연이 버터구이 새우 해줘?"


"맘대로 해줘"



"마음대로" 참 쉬울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말이다. 버터구이 새우야 그냥 버터 넣고 새우 넣고 시즈닝 좀 해서 구워버리면 그만이지만 하나의 식당을 오픈하기 위해서 주방에 필요한 기물들을 채워넣는 작업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필과 우동이라는 우동집의 경우 ..

1. 면그릇

2. 수저

3. 반찬그릇

4. 앞접시

면 전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주방을 채워넣기 위해서는 육수통, 해면망, 튀김 뜰채1,2 , 육수국자 1,2, 스텐바트(규격별로 차이) , 밀폐용기, 스텐볼, 망, 집게, 가위, 튀김망, 쟁반, 기름 망, 등등등 생각할 법한 도구부터.... 


밥그릇, 국그릇, 반찬접시 등 생각지도 못한 자잘한 기물과 규격별 다양한 사이즈별로 기물을 준비해야 하는 등 여러 수고가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종류와 용도를 알면 까먹은 것들을 채워넣어가면서 주문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까지는 아니다. 제일 어렵고 제일 시간 많이 걸리고 제일 머리아픈건.....

우동 그릇과 반찬 그릇을 고르는 거였다.


대강 있는 종류만 해도 이 정도였다. 물론 인터넷을 뒤져보면 더 많은 종류가 있고 모 처의 그릇 파는 곳에 가면 또 색다른 그릇들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상암동 달콤우동 사장님이 일부러 이천까지 가서 골라서 사온 질그릇은 가격대비 득템했다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릇 가게를 가서 사면 좋은점은 일단 비교적 다양한 그릇을 볼 수 있다는 것과 가격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 그리고 그릇을 찾으러 다니는데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필과 우동을 준비하면서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그릇을 사실 고르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개인적인 아쉬움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렇게 그릇을 일단 골라도 음식을 담아 보면서 어떻게 음식과 조화가 되는지는 영 다른문제기 때문에 샘플을 받아보든 구입을 하든 어쨌거나 들고와야 한다. 이번엔 감사하게도 태강주방 사장님이 그릇을 빌려주신 덕에 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고, 붉은 박스에 있는 것 중 아래 3가지 그릇을 사용하기로 했다. 



예전같으면 정말 마음에 드는 신기한(?) 그릇을 찾으려고 오만 곳을 다 돌아다녔을 것 같은데 이미 경험한 바로는 새로운 눈이 열리지 않으면 다녀봐야 다 거기서 거기고 시간만 낭비한다는 거였다. 같은 고생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반찬그릇은 나름 더 문제였다. 속으로는 튀고 싶었는지 어쩐건지 화려하고 화사한 무늬가 있다거나 아니면 눈을 사로잡을만한 그릇을 정하고 싶었는데 우동집이라는 이미지와 가다보니 오히려 왼쪽 사진과 같은 투박하고 잔잔한 그릇을 결정하게 되었다. 


얘도 시간만 있었더라면 화려한것(?)들을 찾아내서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동 그릇과 반찬이 너무 평이하면 또 그건 그거대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덜 해지는것 아닐까?


연남동에 베키우동이라는 곳만 가 봐도 만들다가 일부러 찌그러뜨린것 같은 질그릇에 우동이 나온다. 

수필과 우동이라고 그런 그릇 못 쓰란법 있었을까?






알고 있는 그릇의 이미지가 있다면 찾아 보고 들여 놓는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톡특한 그릇 아닌이상 식사 하러 오시는 분들은 그릇에 그렇게 큰 느낌을 받는것 같지는 않단 생각이 든다. 위 우동 그릇 사진에서 고양이 그릇만 빼고 저 중에서 어떤 그릇에 우동을 남아 내어 놓는다 하더라도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그릇이 중국산인지 일본산인지 유럽산인지 국산인지 어디껀지 관심도 없을 뿐더러 가치를 느끼는것도 아닐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그릇은 그냥 깔끔하면 될 것 같다. 

한번 돌이켜서 생각해보자. 내가 식당가서 식기를 얼마나 신경 썼는지....

내 주변 사람들이 식당 그릇에 대해서 얼마나 자주 찬사를 보내는지 말이다. 





(결국 이렇게 해도 그릇 고르는 데에만 이틀을 썼다. 빨리 결정할꺼 하고 쳐낼꺼 쳐 낸다고 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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