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세련되어 보일까

by 원스


10여 년 전 엔틱한 집 분위기를 내고 싶어 갓등을 샀다.

고전적인 스타일의 갓등을 안방에 두니 집안의 전체 분위기가 왠지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때는 무척 고급스러웠던 갓등이 이제는 낡은 경양식 집에나 어울릴법한 촌스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최근엔 불빛의 색감을 조절할 수 있는 모던한 스타일의 갓등으로 바꾸었다. 갓등을 바꾸고 나니 이제는 안방 전체의 분위기가 모던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세련되어 보인다. .

옷가게에서도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이다. 옷을 고를 때마다 직원은 늘 상냥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어머, 정말 세련되어 보여요~” “고급스러워 보여요”

이 옷을 사 입으면 우리는 정말 세련되어 보일까? 지금보다 더 고급스러워질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세련되게 보이는 법'을 질문한 이가 꽤 많았는데, 그 밑으로는 세련되어지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옷을 살 때 비싸고 좋은 옷감 택하기,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기’ 에서부터 말을 천천히 하기, 헤어스타일 신경쓰기, 걸음걸이, 상냥한 미소와 말투, 맑은 피부,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시사상식 갖추기, 긍정적인 언어표현 쓰기 등등 ..


여기에 적힌 방법들로 나를 바꾸다 보면 정말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남들 눈에 비칠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종종 겉으로 보기엔 품위 있어 보이던 연예인이 어느 순간 실상이 드러나 우리의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의 본질이 바뀌기란 참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람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바뀐다'는 말이 생겼을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 그 자체로 '세련되어지기’보다, '세련되어 보이는 것들'을 우리 주변에 하나 둘씩 갖추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질적인 것은 쉽게 흔들리지 않으니..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자기만의 나침반이 있다.
그러나 그 지혜는 요란스러운 자아와 달리
은은해서 우리가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

ㅡ비욘나티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책에서ㅡ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세련되게, 그리고 고급스러워질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세련된 물건들로 우리를 감추기보다, 나라는 사람 그 자체가 세련되어지는 건 어떨까


“저 사람은 나이들수록 왠지 세련되고

멋진 분위기가 나는 것 같아”


내가 듣고 싶은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