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가 쓰는 엄마의 일생 이야기.

(4) 작별.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

by 캐시캣

인류는 이 지구에서의 삶이 한 시절이라는 것을 고대에서부터 다들 알고 또 알아서 인지, 이렇게 이 세상을 작별(죽음)하는 것으로 인해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또는 이 세상에 각기 개인이 가져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등, 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지나가다 신발아래 깔려 죽는 개미와 같이 우리 인간이 사랑하고 또 정든 다른 사람을 잃는 것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아직 살아남은 (살아있는) 가족들이, 사람들이 그 의미를 끌어안고 살아갈 힘과 원동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죽음은 어머니의 날에도, 결국 밀려왔다.


누구나 갑작스레, 또는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날짜와 때를 바라볼 때면, 최대한 남은 시간(남은 삶)에 의미를 더욱 농도 깊게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하게 된다. 어쩌면, 그 '남은 삶'이 좀 더, 조금만 더 지속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바램과 소망이 짙게 스며들어 있는 본능적인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나는 더 이상 굵직한 눈물이 흐르지 않는 대신, 내 마음속에서, 가슴이란 벽을 타고 주르르 소리 없이 흐르는 한 줄기의 눈물만이 흐르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계속 on-going 되는 남은 가족들의 삶, 마치 우리가 매일 같이 직장에 나가 돈을 버는 것처럼, 우리의 생명, 주부의 집안일, 모든 것은 다 '진행형'이라서, 벌써 흘러간 3년이란 시간이, 나와 나의 친정어머니를 멀어지게 했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이별인 걸까


그렇게도, 어머니의 온기와 어머니와의 추억이 내 머릿속에 항상 최신유행하는 노래처럼, 또는 가장 최신 뉴스 기사거리처럼, 내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데..., 원래 그랬었는데...., 이제 이 공간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들로 가득 채워지면서, 친정어머니의 기억들은 시간이라는 강렬한 권력 아래 짓눌려, 저 멀리, 마치 스크롤을 내리고 한참을 또 내려야 보이는 오래된 뉴스기사의 위치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랬다. 나는 이렇게 어머니의 추억이 오래되고 빛바래는 것이 싫어서, 조금 내 삶이 흔들릴지언정, 당시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쯤의 시기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내가 어머니를 오랜 시간 동안 애도하고 추모하는 동안, 가슴을 뜨겁게 하는 어머니의 기억의 파편들이 내 가슴에 하나둘 눈물줄기를 만들어가며, 조금이지만, 내 인생의 빈자리, 공백, 채워질 수 없는 어느 한 공간이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요즘의 나의 깊은 고민은, 이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어머니를 위한 것이고, 내가 어찌 보면, 남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슬픈 인생을 내가 완성시켜 줄 수는 없을까, 늘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만일, 어머니의 슬픔 중에 미완성작인, 인생의 소설이 있다면,

자식(딸)의 역할은 이를 완성시켜 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엄마에게서 딸로, 아직 살아있는 남은 가족들이 사랑하는 고인에게서 바로 이 '살아갈 원동력(힘)'을 받음으로써 열심히, 힘내서, 최선을 다해서 살다가 먼 미래에 더 나이들어서 죽고나서 천국으로 오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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