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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이 Dec 18. 2017

Sleeping Bag,
포근한 잠자리를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며

30살 즈음에 떠났던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겨울밤을 전혀 모른 채 현지에서 산 싼 솜침낭. 그게 그렇게 여행내내의 밤을 힘들게 할 줄이야. 스페인 아저씨 루이가 바위 위에서 별을 보면서 잠을 자자고 권유했지만, 우리 모두 그 추위에 기겁을 하며 거절했었지. 그게 돌아와서 계속 아쉽고 후회가 되었었다. 포근한 잠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건지 여행 내내 한숨을 쉬며 뼈저리게 느꼈었다.


팜플로나 공립알베르게서의 포근한 침낭에 드러누운 나.  photo by 파브로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는 잠자리가 추워서 고생한 적은 없는데, 침낭 안을 들어가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강제 취침을 해야 하는 밤들은 있었다. 제일 추웠던 레온 전의 reliegos의 공립 알베르게, 식당에 앉아서 저녁을 먹는데 입김이 보였고 저녁을 먹는데 다리가 덜덜 떨렸다. 어휴 추웠지. 잠옷용으로 제법 두꺼운 플리스티를 입었는데 말이다.


나의 침낭

mont-bell down hugger #3 : 쾌적온도 5℃   낮은온도 1℃   극한온도 -14℃



겨울의 알베르게

알베르게에는 베드버그 때문에 침대 시트와 베개 시트를 제공하고 따로 이불은 없다. 그리고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고 있다. 밤늦은 시간이 되면 꺼버리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밤은 큰 알베르게에 두 사람만 머문 적이 있는데, 어찌나 적막하고 서늘했던지.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침낭을 잘 준비해 가라 이야기하고 싶다. 길을 떠나는 게 여름이라면, 가벼운 여름 침낭 혹은 플리스 라이너로도 충분할 테다. 그래서 사실 여름의 카미노라면 침낭에 대한 고민이 좀 더 쉽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겨울의 카미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온도

아래는 기온에 따른 계절별 사용 침낭 기준이다. 겨울의 야외에서 매트를 깔고 잔다면 겨울 침낭이 필요하겠지만, 실내의 침대 위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3 계절 침낭이면 충분하다.


침낭의 제품 상세 내용을 보다 보면 온도 정보가 적어져 있다.

Comport rating (쾌적 온도) : 보통의 여성이 쾌적한 상태로 잠들 수 있는 온도

Lower-limit rating (낮은 온도) : 보통의 남성이 추운 상태에서 웅크리고 잘 수 있는 온도  

Extreme rating (극한 온도) :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고 하룻밤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온도

근데, 제품마다 적어져 있는 내한온도의 기준이 각각 다르다. 내한 온도라고 적어져 있을 뿐 그 온도가 쾌적 온도 가인지 극한 온도인지를 상세보기에서 자세히 확인해봐야 한다. 내한 온도라고 크게 적어져 있는 온도가 0℃인데 쾌적 온도가 10℃인 경우 0℃에서는 추워서 하룻밤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해 내가 추천하는 쾌적 온도는 0℃ - 10℃이다. 물론 이건 보통의 일반 여성을 기분으로 했을때이다.


소재

침낭의 소재는 크게 합성 충전재와 다운 2가지가 있다. 합성충전재는 저렴하고 보관과 세탁이 쉽지만, 부피가 크고 무겁다. 그리고 압축 패킹이 힘들다.

다운은 가볍고 부피가 작고 따뜻하지만, 비싸고 습기에 약해서 보관과 세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운에는 오리털과 거위털이 있는데, 가격은 거위털이 고가이다. 거위털이 면적이 더 커 공기를 많이 품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무게에 대비해서는 거위털이 더 따뜻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오리털을 어떻게 뽑느냐를 확인해보면 오리털 제품이 슬퍼질 수가 있다. 그래서 고통이 없는 방식으로 채취한 털로만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있고, 최근 다양한 합성 충전재 개발로 습기에 강하고 보온력을 유지해주는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

거위털 제품의 경우 필파워가 있는데 부풀어 오르는 힘 즉, 복원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필파워가 높을수록  다운 사이에 공기층이 많이 형성되기 때문에, 가벼운 중량으로도 높은 보온력을 가질 수 있다.

필파워가 높을수록 따뜻하고. 비. 싸. 다.


무게

500g 이상 - 1.5kg 의 침낭을 추천한다. 500g 이하의 침낭은 소재가 무엇이든 부족하고, 1.5kg 이상은 소재가 무엇이든 부피가 커서 배낭에 넣기 힘들어진다. 침낭을 외부에 매달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럴 경우엔 침낭이 흔들거리지 않게 잘 고정을 해야 하고 비 오는 날 방수에 신경 써서 패킹을 해야 한다.


가격

소재, 브랜드, 무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중저가 브랜드는 quechua(유럽), naturehike(중국), junwoo(한국), isuka(일본) 등이 있다. 3 계절용 다운 침낭을 구입하려면 최저 10-15만 원은 필요하다.

무게나 부피를 포기하고 합성 충전재나 다운 침낭을 구입하려면 5-10만 원으로 가능하다.


보관

침낭만은 꼭 비에 젖지 않게 주의하자. 나는 배낭이 생활방수가 되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항상 방수팩에 옷과 침낭을 넣고 다녔다. 비에 맞은 침낭과 겨울밤은 악몽이 될 수도 있다.


TIP
침낭 라이너
만일 가지고 있는 침낭 보온이 좀 부족할 것 같아서 불안하다면 라이너를 추천한다. 라이너는 침낭 안에 덮을수있는 얇은 침낭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실크, 면, 플리스 소재 등의 라이너가 있다. 제품 설명에서는 라이너를 사용하면 5-10도의 향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혹은 다운 제품들은 땀에 취약하기 때문에, 오염방지용으로 라이너를 사용하기도 한다.

뜨거운 물통
그래도 부족하다! 한다면 뜨거운 물을 플라스틱 물통에 넣어 꼭 안고 자면 된다. 뜨끈뜨끈한 밤이 될 것이다. 단, 물이 다 식으면 다시 추워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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