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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이 Dec 17. 2017

Hiking Boots, 어떤 신발을 신을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며


발이 두근두근거려.라고 카미노를 걷던 저녁에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다.

매일매일 20-30킬로씩 걷다 보니 몸이 피곤한 게 아니라 발이 피곤해서 걷지를 못했다.

겨울에 눈길에서 신던 가죽 중등산화를 신은 게 더 상황을 악화시켰다. 초반엔 산길이 있어서 그나마 걸었는데, 길이 완만해지고 평지가 길어질수록 발이 그만 좀 걸어!라고 매일 밤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결국 로그로뇨에 갔을 때 시내에 있던 스포츠용품샵을 들러 세일 중인 트레킹화를 구입했고 신던 신발은 우체국에서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보냈다.


어떤 신발을 신을까.라는 질문은 배낭만큼 외국 카미노 포럼이나 국내 카페를 가면 항상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다. 배낭보다 더 사람마다 제각각인 게 신발이다. 신발만큼은 유명하다고 해서 비싸다고 해서 정답이 아닌 준비물이다. 본인의 발에 맞는 신발. 그게 제일 중요하다.


나의 신발

Salomon Comet 3D GTX Hiking Boots


어깨가 아파도 걸을 수 있고, 몸살이 나도 걸을 수 있지만
발이 고장 나면 STOP!!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크게 아래의 세 가지가 길을 걷다가 문제가 된다.


첫째, 발목

발목을 삐거나, 염증이 생기면 사실 걷고 싶어도 참으면서 걸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하루 이틀 쉰다고 나을 것도 아니고, 그렇게 참으며 걷고 와도 병만 가져오는 거다. 발목에 문제가 생겨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병원에 갔던 친구는 의사 선생님한테 딱 한마디를 들었다고 한다. "걷는 걸 중단하세요."  


둘째, 발바닥

이건 누구나 초반에 겪게 되는 건데, 장시간 걷는 일이 평소에 없었기 때문에 야들야들 보드라운 발바닥이 적응을 위해 고통스럽게 아픈 거다. 나는 심지어 길을 다 끝내고 2주가 지나도록 발바닥에 통증이 있었다. 아마도 발바닥 내에 피로에 의한 염증이 생겼던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사실 40킬로를 걷고도 힘들었던 건 몸의 피로가 아니라 발바닥의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이었다.


셋째, 물집

물집은 마찰, 온기, 땀, 세 가지가 있을 때 생긴다. 걷다 보면 더워지고 양말과 발 사이의 마찰이 생기면서 땀이 나면 저녁에 도착한 숙소에서 반짝반짝 새 물집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새 신발은 NO
두껍고 단단한 밑창
작거나 크지 않는 사이즈


새 신발은 NO!

신발을 새로 구입했다면 길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흔히들 새 신발을 신고 100킬로즘 걸어보아라고 말한다. 100킬로가 꼭 되지 않더라고 주말마다 근거리를 신고 움직여 보자.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서 발목을 덮는 신발을 추천한다. 추천일 뿐 선택은 각자의 몫.


두껍고 단단한 밑창

신발의 깔창이 얇거나 부드러울 경우 자갈길에서 악! 소리를 지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작거나 크지 않는 사이즈

사이즈가 너무 크거나 또 작지 않은 신발을 사는 게 중요하다. 너무 클 경우 마찰 때문에 물집이 생기기가 쉽고, 너무 작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있을 것이다. 트레킹용 신발은 자신의 운동화보다 0.5나 1 사이즈 크게 사는 게 좋다. 오랜 시간 걷다 보면 발이 붓게 되고, 겨울철의 경우 양말이 좀 더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을 걷는데 발가락이 앞부분에 부딪치다 보면 발톱이 빠질 수도 있다. 발톱이 부딪치지 않게 짧게 깎아두자.


눈, 비를 위한 대비

비, 눈이 자주 내리는 겨울철 카미노를 위해서 방수가 되는 신발은 필수이다. 축축하게 젖은 신발로 걷다 보면 발도 물에 팅팅 붓고, 물집이 어디 하나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최악의 컨디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루종일 맞은 비에 신발이 젖었다면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신문지를 꾸겨서 신발에 넣어두자. 습기를 없애준다.




물집은 내 길의 걸림돌

카미노 길에서 물집 한번 생기지 않은 사람을 찾기란 드물다. 누구나 한번 즈음 잠깐 방심한 사이 짠하고 물집 녀석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집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발을 뽀송뽀송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땀, 온기, 마찰 이 세 가지가 물집을 만들어주는 3요소다.



양말

신발만큼 양말도 중요하다. 면양말은 절대 금지

물집 예방을 위해서 얇은 발가락 양말에 두꺼운 양말을 겹쳐 신는 방법도 있다. 발가락 양말은 발가락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기 때문에 물집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새 양말을 배낭에서 빼기 편한 곳에 두고 점심때 한번 갈아 신는 것도 좋다.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 스마트울 양말을 추천한다.

잘 마르고 따뜻하고 냄새가 정말 안 난다!




휴식

제발 좀 쉬자.라고 발이 이야기할 수도 있다. 열심히 걷느라 발이 뜨끈뜨끈할 테다. 발에 휴식을 좀 주자. 길 위 야외에서 쉴 때는 신발도 양말도 벗어 뽀송뽀송 맨발을 햇빛에 말려보기도 하고, 실내에서 쉴 때는 신발 끈이라도 좀 풀고 바짝 메어진 발에 여유를 좀 줘보자. 발이 편해야, 길도 편할 것이다.









바세린 혹은 핸드크림

아침에 길을 떠나기 전 발에 핸드크림이나 바세린을 바른다. 양말과의 마찰을 줄여주기 때문에 물집이 생기는 걸 예방할 수 있다. 나는 바세린이 너무 끈적거려 길에서 만난 친구에게 받은 뉴트로지나 핸드크림을 발에 바르고 다녔다.







콤피드

카미노를 다녀온 친구가 추천해줬다.

스페인 약국 어디에서나 찾을 수가 있는데, 크기도 붙이는 위치에 따른 모양이 여러 가지가 있다. 물집이 생긴 곳에 붙여두면 나을때즘 떨어진다. 실리콘 같은 두툼한 재질이라서 붙여둔 곳에 마찰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더 악화되지 않고 자연스레 낫게 되는 거 같다.





드레싱 패드

걷다가 발에 무언가 화끈한 느낌이 든다면 물집이 생긴 거다. 한번 방 심한 탓에 엄청나게 큰 물집이 생긴 적이 있는데 실과 바늘을 이용해서 자는 사이에 물을 빼고 아일랜드 친구에게 받은 드레싱 패드를 붙였다. 패키지 종이를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약국 가서 더 사라고 조언해준 탓에 추가로 구입해서 잘 사용했다.






대일밴드

콤피드가 여러 번 사다 보니 가격이 싸지가 않아서 부담스러웠다. 초반 지나고 나서는 발도 적응을 했는지 물집 생기는 일도 없었다. 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일밴드만 몇 개 챙겨 다녔었다. 다녀와서 보니 대일밴드도 물집용으로 나오는 여러 가지 종류의 제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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