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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이 Jan 30. 2018

바람이 나를 날려 산티아고까지 보내줄려나

Camino Frances


평생의 바람을 그날 하루종일 길에서 만났다.


로그로뇨에서 일행들과 헤어져 하룻밤을 더 머물러 여유있게 도시를 구경하고서 혼자 길을 떠났다.

근데 그날이후로 강풍이 하루 온종일 며칠을 나와 길에 함께했다. 비고 오고 우박도 떨어지고 눈도 내린다. 뭐지 나를 시험하는 뭐 그런건가.


옆에 누군가 있더라도 대화를 나눌수 없을정도로 바람소리만이 길을 함께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산토 도밍고 - 벨로라도


마을을 떠나는 이른 아침의 풍경



같이 걷던 일행들과 헤어지고 혼자 걷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좀 가라앉았는데 거기다가 미친 바람을 맞으며 걸으려니 마음과 몸이 피곤에 지쳤다.

앉아서 풍경 구경고 하고 천천히 걷고 싶은데 어디 앉아서 쉴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심지어 일요일이라 온 동네가 다 쥐죽은듯 조용하다.


바람에 까미노길 표지석이 넘어져 있다
사진은 멈춰있지만 실제는 구름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인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쁘고 참한 한국인 커플


길에서 여럿 스쳐지나가며 나를 앞서간다. 지대넓얇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혼잣말을 하면서 끈임없이 걷기만 했던 하루.



이것이 저녁을 먹기전 유일한 식사인 아침겸 점심이다


그라뇽에서 드디어 바를 발견하고 간단한 요기를 했다. 근데 이것마저 먹지 않았더라면 길에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이 뒤로 오후 늦게까지 쉴 곳을 찾을 수 없어 먹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걸었다.


그라뇽을 떠나서 나오는 초원


전날 이곳을 지나갔던 친구가 여기 이정표가 헷갈리니까 잘 보라고 했는데 아차 사진을 찍다보니 저 멀리 언덕까지 가버려서 다시 돌아와야했다.


넓은 초원과 미친 바람과 함께하는 오후
길이 끝이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길에는 나 혼자만이 걷고 있다



강풍에 몸이 휘청거릴만큼 정신없고 힘든히루지만 풍경만큼은 하늘만큼은 기억에 오래 남을 사진을 남겨줬다.


하늘의 구름이 빠른속도로 끊임없이 변한다
오른쪽 찻길에 트럭이 계속 빵빵거린다


벨로라도는 아직 5-6킬로는 남은거같은데 도무지 쉴곳없이 계속 걸었더니 너무 지쳤다. 길 맞은편에 바가 있어서 들었는데 문이 열렸네. 아 반갑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콜라를 마시고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거절하고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혼자 하루종일 걸어서 좀 서러웠다. 근데 또 그게 좋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전마을에서 출발했던 벤이 짐을 가지런히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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