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인을 배려하는 만큼 타인에게 배려받고 싶은 것은 욕심인가요?
얼마전에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 후, 버스가 도착했고 오르려는 찰나 내 옆에 앞으로 밀고 가는 보조 휠체어를 잡고 있는 백발의 할머니가 기다리시는 것을 보고 바로 뒤로 물러나 우선 탑승을 권했다. 살짝 웃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그 할머니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버스로 올라타시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당연하지는 않지요'라는 생각과 함께 약 5초 정도 살짝 기분이 상했으나 이게 뭐 대수로운 일인가 싶어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틀었다.
회사에는 유리문이 있다. 꽤 힘을 줘야 밀리고 당겨지는 유리문인데 가끔 본인만 쏙 문을 통과하고 문을 잡아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뒤를 확인할 경황이 없었다거나, 두 손에 짐이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면 상황은 다르다. 문제는 분명 본인 뒤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본인이 문을 잡지 않으면 뒷사람 얼굴 코앞에서 문이 닫히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을 향한 배려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은 아니여도 어쩌면 조만간 같이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혹은 본인이 업무적으로 부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사소한 배려를 보일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과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신사의 나라, 매너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항상 앞에 붙는 이 나라 영국에서 외국인인 내가 에티켓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이 사는 사회라는 것은 다르지 않기에 점점 사소한 에티켓들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늘어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득 영화 <킹스맨>의 'Manners maketh man'이라는 대사가 한동안 회자되었던 이유는 매너의 가치가 점차 퇴색되고 있는 추세를 지켜본 사람들의 공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