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잘 지냅니다.
이건 오랜만에 브런치에 써보는 근황.
한국에 돌아온 지는 약 1년이 넘었고 퇴사를 한지는 2달이 넘었다. 누군가 내게 "요즘 어때?"라고 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정말 그렇다.
일단 건강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급속도로 나빠진 나의 상태는 꽤 괜찮아졌다. 3월부터 PT를 주 2회 받았고 퇴사 후에는 거의 매일 운동을 갔으며 자주 공원을 뛰었고 두 달 전부턴 매우 불량했던 식단도 바로잡았다. 제법 부지럼을 떤 덕분인지 약 8kg 감량에 성공했고, 마지막 인바디 측정에선 순수하게 지방만 8kg 가량을 걷어냈다. 작년 겨울 후덕하게 무르익었던 몸의 굴곡이 곡선에서 직선이 되었고, 힘겹게 채우던 바지 허리엔 이제 주먹 하나가 가뿐하게 들어간다. 시시때때로 후끈하게 올라오던 얼굴과 상체의 열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고질병과 같은 피부 문제는 여전히 잊을 때쯤 등장하지만 이 정도만 유지하면 만족스럽다 할 정도는 된다.
그리고 여유가 생겼다. 물론 금전적으로 접근하자면 앞의 말은 거짓이 된다. 시간이 여유로워지니 비좁았던 마음의 공간이 넓어지고, 원치 않던 소음이 사라졌다. 꼬박 하루의 9시간을 회사에 맡겼던 과거를 벗어나 내 시간의 통제권을 되찾아오니 비로소 내 인생의 주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무계획적인 소비와 소소하게 탕진잼을 누리게 해준 월급이 이따금씩 그립긴 하지만 글쎄, 다시 직장인이 되라고 하다면 일단은 거절하겠다. 지금 이대로가 정말 좋으니까. 조급함이 안 생기는 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참 질주할 시기에 생각 없이 브레이크를 밟은 건 아니냐고. 혹시 실수는 아니었을까 하고 엑셀 페달로 발을 옮겨 급발진을 하려다가도 일단은 서행하자고 마음을 바로잡는다. 난 나만의 페이스로 가고 있다고 읊조려본다.
미우나 고우나 수년간 내 삶의 중심이었던 회사를 단번에 들어내고 나니 그 빈자리를 뭘로 채워야 할지는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공사 현장에 콘크리트 붓듯, 단숨에 그곳을 메꾸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므로 소소하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채워 넣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뭐라도 되어있겠지 싶은 생각인 것이다. 최근엔 제과기능사 취미반을 주말마다 다녔고 필기시험을 봤다. 그리고 오픽도 신청해 목표로 했던 AL 레벨을 받았다. 이번 달 말엔 한참 전에 등록했던 제과기능사 실기반 수업이 시작된다. 작게나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목표를 8월에도 달성해 볼 생각이다.
앉아서 풀자면 2박 3일이 모자란 나의 근황, 하지만 길게 쓰면 목과 허리가 아프니 이쯤에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