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한번에 찾아오지 않는 것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없는 요즘,
하루에 두 번씩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갑니다.
물이 맑은 작은 호수가 있고,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낮은 언덕이 있고, 발이 닿으면 폭신폭신한
넓은 잔디밭이 있는 공원 주변에 산다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방금 식사를 마쳤거나 그냥 바람을 쐬고 싶어
무작정 산책로를 걷다 보면
높게 자란 나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참 이상해요.
한 나무는 이미 푸릇한 잎이 무성해
가지들도 잘 보이지 않는데
그 바로 옆 나무는 앙상한 가지에
아직도 작은 싹들만 드문드문 있어
오늘같이 따뜻한 오후에도 왠지 추워 보이니까요.
아마도 그 나무는 마른땅을 비집으며
뿌리를 더 깊게 내리고,
수분을 위로 잘 보내기 위해
몸통을 더 꼿꼿하게 세우고,
언젠가 저 높은 하늘을 만질 것처럼
손을 높이 뻗었던 걸까요.
빠른 끝과 늦은 시작이
조용하게 공존했던 어떤 하루,
그게 어떤 나무든지 차별하거나 재촉하지 않고
1년 중 한 번씩 봄은 꼭 찾아온다는 것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