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든 Apr 06. 2020

재택근무 단상

힘내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치명적인 그 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를 한 지 3주가 되었어요. 

첫 주는 그렇게 좋을 수 없었죠. 

침대에 일어나서 5초면 출근 도장 찍을 수 있는 환경에 

잠깐 짬나는 시간엔 집안일도 하고, 

따뜻한 점심도 내가 원할 때 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니까.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는 것도 

재택근무에 빠질 수 없는 낙이었죠. 

그런데 이제 집에만 있는 것, 마냥 즐겁지는 않네요. 

신체적 불만은 좁은 스튜디오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입이 심심해 자꾸 간식을 찾다 보니 

몸에는 자꾸 살이 붙는다는 거고, 

정신적 불만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딴생각이 많아진다는 거예요.  

언제까지 이렇게 갇혀 있어야 하나, 

이번 달 통장 잔액은 왜 저번 달과 다르지 않을까, 

내 월급쟁이 인생에도 볕 들 날이 올까, 

여기서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난 지금 행복한가 등등, 

이리저리 허공에 날렸던 고민들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방안에 무겁게 쌓이고 

저녁에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어도 

들어왔던 바람에 쉽게 쓸려 나가지 않네요. 

괜히 잠을 오지 않는 밤, 

착 소리와 함께 타오른 성냥불을 

라벤더향 캔들에 옮기고 조용히 바라봅니다. 


사진: Photo by Hans Vivek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외국 생활이라는 레스토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