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소스와 아교
엄마는 라면에 타바스코 핫소스를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 괴식이라 생각하겠지만 라면에 식초 넣어 먹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매콤새콤함이 더해진다더라. 대학교 1학년 때에는 핫소스가 너무 좋아서 가방에 들고 다니기도 했는데, 치킨이나 감자튀김 피자는 물론 김밥에 뿌려 먹기도 했다. 한 번은 팝콘에 뿌려 먹었는데 손가락부터 전해져 오는 아릿한 매움에 매운맛 4단계 마라탕보다 양 볼이 저릿해졌다. 악마의 정원이라는 책에서 설명한 크레이지 팝콘이 이런 맛일까? 상상했다.
엄마는 남편이 바람나자 먹는 것에 흥미를 잃었는지 매일 식빵에 치즈 한 겹 발라 먹는 것이 다였다. 된장찌개에 호박과 무를 잔뜩 넣고 북어포를 잘게 찢어 놓고, 라면에 핫소스를 넣어 먹고, 피자와 호두파이를 직접 만들던 사람이 냉장고에 식빵과 크림치즈 계란 김치가 다이게 된 것이다.
이제는 라면을 먹으면 토를 하고 마는 그런 몸으로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엄마를 보며 나는 라면을 끓일 때마다 엄마 방에 혹시 라면 냄새가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하며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 놓는다.
단호박을 사 가고, 감을 사 가고, 치즈 종류만이라도 다양해지라고 체다 치즈를 사다 냉장고에 채워놔도 물이 생겨 흐를 정도로 손도 대지 않으신다.
엄마는 그 빈속으로 거실에서 그림만 그리신다. 그림이 배고파 보여서 아교를 더 먹여야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