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26

고집쟁이 할아버지의 미사

by 옥비


세례를 받기 위해 듣는 교리반에 새하얀 할아버지가 하나 있다. 처음에 기도를 시킬 때 역정을 내시며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미사 때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는 목소리에 내가 다 가슴이 벅찼다. 저번 교리에서 성지순례에 갔을 때에는 서로 이름을 제비뽑기 하여서 기도해 주기를 했는데 할 아버지는 내 이름을 뽑았고 오늘 날씨처럼 이쁜 사람 어쩌고 하셨다. 애인과 나는 할아버지가 선수라고 놀렸다. 할아버지는 늘 궁시렁궁시렁 대시면서 모든 걸 남들보다 열심히 하신다. 눈이 잘 안 보여서 성경이 잘 안 보인다 하시면서 시키면 또박또박 잘 읽으시고, 성경 필사도 한 달 만에 일등으로 제출하셨다. 대모님께서 자랑스러워하실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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