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30일 동안 매일 글쓰기. 어느덧 스무 번째 글이다.
스무 살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핏덩어리였다.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테라핀과 린시드의 차이점도 몰랐고,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이도 몰랐다. 재수가 확정된 고등학교 친구와 둘이서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는 중에 온 충원 합격 전화가 왔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여 좁은 과실에 열다섯 명의 동기들과 함께 4년을 보내게 되었다. 건너편의 햇빛도 들어오고 네 배는 넓을 과실을 쓰는 선배들이 어찌나 어른 같던지. 그게 자꾸만 생각난다. 50호보다 큰 그림을 그리다니! 100호를 세 개를 이어서 그리다니! 설치 미술을 하다니! 모든 게 “진짜 작가” 같다고 느껴졌다. 말 같지도 않은 군기만 없었어도 나는 선배들의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며 무급으로 어시스턴트 일을 해주었을 것이다. 실재로도 한 명의 졸업전시 작품을 도와주기도 했고 말이다. 사실 핏덩어리한테 자신의 졸업 작품을 맡긴 다는 것부터가 프로가 아닌데 그때는 자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산호를 가득 그렸었는데 나는 그 그림이 지금도 퍽 마음에 든다. 스무 살의 나는 공부도 열심히 했고, 술을 머리끝까지 마셔서 길거리에 토를 하고 나서도 과제는 무조건 제출했었다. 술김에 과제를 제출했으니 기억도 못하고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기한 연장해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하면 “자네는 이미 과제를 제출하였는데 무슨 소리인가?”라는 답이 오곤 하였다. 전공 교수들은 당연히 나를 좋아하지만, 교양교수들이 특히 나를 좋아했다. 한 교수를 빌려 오자면 “누가 보아도 예술하는 애, 그래서 눈에 띄는” 혹은 “예술대 치고 수업 성실도가 높은 아이” 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요즘은 진득하게 앉아서 무언가 들여다보는 것을 못한다. 나이를 먹으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