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03

멀미서사

by 옥비


경기도민으로서 버스는 애증적 존재이다.

목적지에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분은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평소보다 5분만 늦게 나와도 30분을 지각해버려서 차라리 30분을 일찍 나와 기다리는 게 일반적인 경기도민 일거라 생각한다. 출근길 같은 경우 비가 오고 사고가 났거나 운이 좋지 않은 일들이 겹치면 한 시간 두 시간씩 늦기도 한다. 고3 중간에 서울에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전학을 가지 않게 되었다. 매일 아침 아빠가 데려다줬었는데, 매일 한 시간씩 일찍 와서 교실 창문을 다 열어재껴 환기를 하던 내가 2교시에 등교했을 때, 친구들은 내가 오늘 아파서 안 오는 줄 알었다고 그랬었다. 선생님들은 내 사정을 이해해주셔서 1,2교시 결석을 면해 주고 지각으로 체크해주는 혜택도 주었다.

나는 멀미를 자주 한다. 약한 멀미부터 아주 심해서 그 자리에서 토해버리는 멀미까지 다양한데, 비행기나 기차, 자전거 시소, 그네 심지어 걷거나 뛰거나 가만히 앉아 있는데 옆사람이 다리를 떨 때도 멀미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을수록 멀미의 정도와 주기가 적어지는데, 따라서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버스는 정말 지옥인 것이다. 고등학교를 아빠 차로 등하교할 때는 멀미한 적이 없었다. 아빠의 높은 트럭이 시야를 확보해주었고, 이상하게 아빠가 운전하는 차는 트럭이었을 때도 그 전 고급 승용차였을 때도 멀미를 한 적이 없다. 반면에 엄마 차는 무조건 멀미를 했었다. 나는 늘 차 시트를 뒤로 최대한 눕혀서 머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그나마 그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대중교통은 누울 수 없다. 거기서부터 지옥이 시작되는 것이다. 출근 때에 ‘아 오늘 무조건 멀미 하겠다!’ 싶은 날에는 집에서 타이레놀이라도 주워 먹고 나가야 머리가 깨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내가 제일 심하게 했던 멀미 중 하나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다. 기내식 냄새에 머리가 아파 오다가 속이 안 좋아 안 먹겠다는 나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여 다 게워내야 했다. 뛰쳐나가서 토를 해야 했지만, 창가 쪽에 앉은대다가 화장실로 가려면 엄마와 낯선 아저씨를 뚫고 가야 했다. 그대로 봉투에 토를 한 시간 동안 하며 간 적이 있다. 기내식을 먹지 못하게 된 이유가 이 이유다. 나는 그 이후로 기내식을 먹으면 무조건 토를 했다. 솔직히 맛대가리도 없고.. 비행기 멀미를 안하기 이해서는 제주도나 일본과 같이 아주 가까운 거리를 갈 때에도 해서 가기 전에는 빈속에 가야 한다. 이 이외에 나의 토 멀미 스토리는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나의 비위와 이 글을 어디선가 읽을지도 모르는 당신을 위해 말을 아끼겠다. 전국의 경기도민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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