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02

고불고불 손글씨

by 옥비

나는 굉장한 악필이다. 잘 쓰려고 노력한 글씨들을 보고 초등학교 남학생이 선생님에게 칭찬받으려고 용쓴 것다고 하더라. 그래도 교내 나름 경필 쓰기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었는데.. 네모 칸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애국가를 생각하면 지금 내 글씨가 왜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메모한 강의 노트를 보고도 못 알아먹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차며 지난날의 나를 원망한다. 메모를 상대에게 남겨야 할 경우에는 괴발괴발 쓴 글은 구겨 버리고 새 메모지에 다시 작성해서 전달하기도 한다. 반면에 영어 글씨체는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언젠가 교수는 내 작품 스케치 글씨들을 보고 그냥 다 영어로 바꾸라고 한 적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영어는 어느 정도 손을 내 멋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된 나이부터 쓰게 되어 그러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알파벳을 필기체와 병행하며 배웠기 때문에 그 영향도 크다 생각한다. 한글을 배울 때는 궁서체로만 배웠는데, 궁서체로 필기하기는 다들 알다시피 번거로운 일이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글자를 그린다고 생각하고 쓰면 멋들어지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한 글자 한 글자 그릴 수는 없지 않은가? 글씨체가 이뻐지고 싶다. 하지만 연습하기엔 난 너무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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