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깡패
사람이 열명이 있다면 그에 따라 입맛도 열 개가 있을 것이고, 오천만명이 있다면 당연히 오천만 개가 있을 것이다. 맛집이라는 장소는 그 오천만 개의 입맛들이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느껴서(가성비 및 분위기를 제한 경우) 생겨났다. 보편적인 입맛이라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그에 맞지 않는 특이한 입맛들이 존재하는데, 그 특이함의 존재가 유행을 선두 할 수도 있고, 주변을 피곤하게 할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나와 함께 같은 사무실을 쓰는 팀장님.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입맛 깡패에 관한 이야기이다.
편식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못 먹는 음식을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표고버섯을 혐오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편식을 너무 많이 해서 같이 외식할 때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야채도 싫고, 기름기 많은 소고기도 싫고, 닭은 치킨 빼고 다 싫구, 해산물은 새우 빼고 다 싫어. 향신료 강한 음식도 싫구, 고수가 들어가거나 처음 시도하는 음식도 싫어!” 이러면 정말 정말로 먹을 게 없어진다. 내 주변에는 이런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친구들과 만나게 된다면 치킨이나 삼겹살도 하루 이틀이다. 정말 피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에는 초록색이 들어간 음식은 다 싫어하는 친구와 두끼(떡볶이 뷔페)에 갔는데 눈앞에서 야채들을 다 골라내는 모습을 보며 비위가 조금 상했다. 떡볶이를 손가락으로 다 헤집으며 야채들을 솎아 내는데, 저렇게 까지 열심히 사는데 왜 아직도 백수인가 싶었다. 사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친구였기 때문에 나는 그 아이와는 다시는 밥을 함께 먹지 않았다.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은?
팀장님은 아니, 팀장 새끼는 입맛이 정말 독보적이다. 항상 가는 식당만 가야 한다. 그 집은 점심에는 찌개류와 탕류를 파는 전집인데, 맛이 삼삼하니 괜찮다. 문제는 그 집을 육 개월 내내 간다는 점이다. 직원들끼리 뒷말로 아마 가게 사장님이랑 가족인가 보다 라고 숙덕 거리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직원들이 소심하게 다른 거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은 늘 묵살당한다. 팀장은 조금 이기적이라 생각하는 것이, 키가 작은 메마른 남성으로서 아주 소식을 하는데, 그것을 남들에게도 강요한다. 만두 여섯 알을 직원들에게 나눠 먹으라고 준 적도 있다고 한다. (본인은 냉면 집에서 냉면을 시원하게 드시고 오셔서 본인이 배부르니 직원들도 배부르다고 생각하나 봄) 어느 날은 그 전집에서 돈을 삼십만원 어치 쓴다고 떵떵거리면서 직원들을 모두 모아 회식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육회와 낙지 탕탕이를 시켰는데, 그것을 모두 구워 오게 시키는 거 아닌가..! 그러고 여섯 명이서 구운 육회와 낙지탕탕이, 육전을 나눠 먹고 배부르니까 그만 먹자한 적이 있다. 나는 그날 너무 화가 났었다. 떵떵거리지나 말지.. 팀장님의 만행은 근 육 개월간 차곡차곡 쌓여서 나열하려면 책을 한 권 써야 한다. 그의 이상한 행동이라던가 얄미운 발언들, 생각 없이 하는 여혐적 행위들 외에 단순히 입맛만으로 한 권을 쓸 수 있다. 나는 이따위 일로 책을 쓰기에는 너무나 바쁜 사람이다. 다만 그가 다른 사람도 생각하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