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ed
미국에서 살았을 때의 일이다. 띄엄띄엄 여러 번씩 다녀온 탓에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장소는 분명하게 기억한다. Morning side lane st. 에서 차로 20분 정도만 가면 있던 한인 교회가 바로 기억 속의 장소이다. 성인 예배는 한국어로 진행되었었지만, 청년부터 어린이 예배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던 묘한 곳이었다. 아침예배 시작 전 교회 식당에서 나눠주던 베이글보다도, 청소년 예배에서 기타와 드럼을 치며 불렀던 영어 씨씨엠보다도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 있는 건, 고동색 나무문에 작은 직사각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던 스테인드글라스다. 그 이유는 그 튼튼하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인데, 그 유리를 깨부순 장본인이 바로 내 사촌 언니인 줄리아 였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March (대열을 짓고 행진하다.)라는 단어에 꽂혀 있었는데, 한 살 어린 사촌 동생의 영어 실력을 위해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해주곤 하던 언니에게 내가 March to the Chapel! 이라고 외치고 만 것이다. 줄리는 말 그대로 고동색 문을 향해 행진했다. 마치 영국군 같은 모습이었다. 고동색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가 아닌 스태인드 글라스로 강하게 손을 뻗기 전까지는…. 장미꽃을 형상화했던 유리들은 조각이 나서 사촌 언니의 오른쪽 팔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