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13

돈까스 소스

by 옥비

나는 생일에 죽을 거야


세상에 나온 날에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 단순한 이유야. 3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까 괜찮은 생각 같아. 월요일에는 그게 내년 생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지금 죽기는 싫지만 내년 3월은 아직 먼 미래니까 그때쯤은 죽을 용기도 생기겠지 싶었어. 그랬다가 엄마가 튀겨 준 돈까스 생각이 나는 거야. 정형돈이 광고하던 거로 기억하는데, 같이 끼워서 팔던 소스가 있었어. 나는 어렸을 때라 돈까스 고기 하나에 소스 한 병인줄 알았어. 대충 초록 소주병 정도 크기가 되는 유리병을 고기 위에 콸콸 부었어. 엄마는 소스가 왜 이렇게 줄었냐고 물어보셨지. 그때 화내지 않았던 엄마가 생각나. 그냥 그 생각이 나서 죽는걸 미루기로 했어. 소스에 절여진 눅눅한 돈까스는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 흐물거리는 조각 하나 때문에 살고 싶어 졌어. 몇 달 전에 머스터드 소스가 잘 나오지 않아서 흔들다가 팍! 튀어서 필요한 양보다 많이 나온 적이 있거든. 그때는 엄마가 하루 종일 화내더라고 돈도 없는데 조심성 없다구. 사소한 것에 화를 내게 된 엄마가 미워서 더 살고 싶어졌어.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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