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나오고 머리가 까진, 나보다 스물다섯 살은 많았을 남성과 함께 체크인을 할 때, 나와 아저씨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유니폼 속의 눈빛을 기억한다. 그때의 아저씨는 주머니가 달려 있은 빨간 반팔 티셔츠와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 참고로 섹스는 하지 않았다.
그곳은 복층으로 되어 있는 호텔이었으며, 계단의 난간은 나의 몸무게를 버티기에 충분히 튼튼했다. 그는 매달려 있는 나를, 나의 젖꼭지를 만지며 귀엽다고 그랬다. 그리고 우린 이문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닭 한 마리를 먹으러 갔다. 동석을 했던 또 다른 아저씨는 허벅지와 팔뚝에 나있는 밧줄 자국을 검지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둘이서 뭘 하다 온 것이냐고 물었다. 스물셋의 나이일 때의 이야기다.
호텔 화장실에서 사촌들과 놀다가 세면대에 얼굴을 부딪혀 앞니가 깨진 적이 있다. 나는 생천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앞 턱과 세면대를 감싸 쥐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초등학생이던 나는 누군가의 앞에서 넘어지거나 다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괜찮냐는 사촌들의 질문에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고개를 들었다. 앉아있던 엄마의 무릎에 달려가 얼굴을 묻으며 이가 너무 아프다고 깨졌는데 깨진 조각을 찾을 수 없다 말했다. 엄마는 머리를 잠시 쓰다듬어 주며 괜찮냐고 입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당시 엄마의 심정을 나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엄마는 가끔 대화를 하다 이를 내 보이며 웃는 나에게 앞니는 언제 그렇게 깨 먹고 왔냐고 묻곤 한다.
무릎에 난 멍도, 목에 난 손자국도, 등에 난 화상 자국도, 모두 호텔, 이름만 호텔인 곳에서 났던 것이다. 그리고 늘 그 뒤에는 질문이 따라왔다. 어쩌다가 다친 거냐고, 나는 이유가 어찌 되었던 미소로만 대답했다. 상처마다 볼펜으로 “추워서 핫팩 붙이고 잤다가 화상 입음” 따위의 문구를 달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