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아마 내가 연말 평가를 잘 받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출산 후 4개월 만에
몸도 마음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단축근무를 쓰며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했다.
보기엔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A등급을 받았고,
그 이유는 ‘일하는 시간을 밀도 있게 쓰는 방식’에 있었다.
이 글은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본론.
한정된 시간 안에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나의 업무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사람 없는 시간을 활용하라
나는 늘 일찍 출근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중 2시간 정도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일할 수 있었고,
이 시간이 내 업무 집중도의 핵심 시간이었다.
방해 요소가 없으니 문서 작업이나 아이디어 구상 같은 혼자 하는 일에 몰입하기 딱 좋았다.
출근 직후에는 늘 오늘의 할 일을 정리했다.
팀원들과 함께 맞춰야 하는 일은 사람 많은 시간대에 처리하고,
나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업무는 오전에 끝내도록 순서를 정리했다.
이 루틴을 만들고 나서 퇴근 전까지 할 일의 대부분을 마무리했고,
자연스럽게 야근 없는 하루가 정착됐다.
2. 통째로 몰입하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하라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2~3시간씩 통째로 몰입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이건 보통 시간이 없어 미루기 쉽고, 결국 단편적인 일에만 시간을 쓰게 되는데
나는 최소 2주에 한 번은 이런 업무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내 경우엔 분석 업무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병렬 비교하거나
인과 관계를 따져보는 작업은 시간과 집중이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이런 날엔 더 일찍 출근해서 결과 도출까지 마무리 짓는 걸 목표로 했다.
실제로 이 결과물은 팀 내 여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었고,
그만큼 팀장과 동료들도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남들이 선뜻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일에 과감히 시간을 쓰는 전략이 평가로 이어진 셈이다.
3. 누구를 위한 일인지, 어떤 목적의 일인지 먼저 확인하라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무의미한 경우가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이 업무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 파악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 업무인지,
팀 전체 전략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아니면 단순 아이디어 차원에서 흘러온 것인지
판단하고 나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일이라면,
그 사람이 이 프로젝트에 책임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한다.
지나가는 말에 모두 반응하다 보면 자원은 분산되고 방향성은 흐려진다.
거절이 필요할 때는 “지금은 이런 이유로 그 아이디어를 우선순위에 두긴 어렵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면 이 프로젝트의 담당과 책임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4. 일의 끝은 반드시 스스로 마무리 짓자
업무의 완성도는 결국 ‘어떻게 끝냈느냐’로 평가된다.
단순 반복 업무라도 정기적으로 흐름을 요약하고 방향을 점검하면, 담당자로서의 신뢰도가 생긴다.
특히 기획, 마케팅 업무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 회고를 통해 다음 단계를 위한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기록은 결국 나에게 남는 자산이다.
나의 경우,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기획 - 실행 - 중간 분석 - 결과 도출 - 회고] 의 프로세스를 정해두고,
모든 내용이 담긴 문서 마지막엔 늘 회고를 작성했다.
이것이 다음 프로젝트의 기준점이 되기도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내 나름의 방식이기도 하다.
5. 긍정적이지만 확실하게 말하자
나는 회사원이기 때문에 결국 조직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무 요청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내가 맡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엔 명확하게 의견을 냈다.
예전, 내 직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업무를 맡아야 할 상황이 있었다.
팀장님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그 일을 지시하려는 듯했지만,
나는 내 리소스를 정말 그 업무에 써야 하는지 되물었다.
“제가 그 일을 하게 되면, 저의 강점을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리소스를 나눠써야하기 때문에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도 지금보단 집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결국 팀장님은 내 말에 동의해 주셨다.
그 뒤로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맡게끔 고려하시는 듯 했다.
자신의 전문성과 업무 영역을 정확히 알고,
의견을 피력할 줄 아는 것도 ‘일 잘하는 법’ 중 하나이다.
워킹맘이라는 정체성은 업무의 핸디캡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집중력 있게 만든 프레임이었다.
주어진 시간을 더욱 밀도 있게 쓰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거리 두는 연습을 했고,
그 방식이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매번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어린시절 상황에 따라 휩쓸려 일하던 주니어의 티를 벗고
본인의 기준을 갖고 분별력있게 일할 수 있을만큼 발전했다는 의미였다.
짧은 시간, 굵은 성과.
워킹맘 A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