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며 나는 익숙한 집의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거실 쪽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아 왔니?”
넓은 통창 너머 햇살이 스며드는 거실 한가운데,
아빠는 서류를 펼쳐든 채 그대로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봤다.
“영민 오빠도 같이 왔어요~”
“그래, 잘 왔다!”
“장관님, 안녕하세요!”
“오빠~ 장관님이라뇨, 그냥 아버님이라고 해.”
“아빠, 우리 위로 올라갈게요~”
영민 오빠는 우리 집 구조를 훤히 꿰고 있었다.
별 말 없이도 익숙하게 계단을 먼저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오빠, 내가 마실 거 갖고 갈게~”
영민 오빠. 그리고 아빠.
이 두 사람은 내 삶의 전부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살아가고 싶은 이유.
하지만 몸은 점점 더 이상해진다.
숨은 쉽게 가빠지고, 통증은 자주 찾아온다.
지금 이 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조금만 더 살고 싶다.
조금만 더, 이들과 함께 있고 싶다.
끝이 가까워질수록 깨닫게 된다.
별것 없어 보이는 이 평범한 하루하루가,
이들과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눈부신 선물이었는지를 실감하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