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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퇴사한다.

다시, 나답게

by 마음을 잇는 오쌤


2025년 6월 25일.
오늘, 퇴사한다.






2년 동안 설계팀에서 엔지니어로 살았다.
디자인 말고, 기계.
색감 대신 공차.
브레인스토밍 대신 부품 도면.
쉽지 않았다.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살아온 내가
갑자기 말수 줄이고, 목소리 낮추고, 그림자처럼 조용히 지냈다.
진짜… 말 그대로, 사라진 느낌이었다.
엔지니어링을 배우기 위해 각오한 바이지만
몸이 버텨주진 않았다.
고혈압 약 먹기 시작했고,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체중이 훅 올랐다.
스트레스는, 숫자로 증명됐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버텼고, 배웠고,
그리고 이제, 돌아간다.
이제 다시 디자이너다.
다시 내 캐릭터로,
다시 내 목소리로,
다시, 나답게.
인생 2막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1막의 클라이맥스가 온 것 같다.
이젠
기계가 아닌 사람을,
숫자가 아닌 이야기를,
그리고
다시 내 그림을, 내 디자인을
‘나답게’ 보여줄 시간이다.
쏟아붓자.
내가 배운 것,
겪은 것,
그리고 지금의 나를.



(글 그림 : 오쌤)


※ 연재 중간중간, 놓칠 뻔한 장면들을 메거진으로 따로 풀어보려 합니다.
이야기는 모두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등장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묘사된 상황에는 제 개인적인 시선과 해석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사건도 누군가에겐 다르게 기억될 수 있음을 이해해 주시고, 이 글이 상처보단 공감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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