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기 좋은 밭 만들기

성공적인 텃밭농사 기본은 좋은 흙이다

by 라뮈씨

처음으로 마주한 맨 땅이 그렇게 암울할 수가 없었다. 농사짓는 사람들 밭을 보니 어쩜 그리 거무튀튀한 것이 양분도 많을 것 같고, 지렁이도 쾌적한 삶을 누릴 것 같은 촉촉함도 갖추고, 팥고물처럼 고슬고슬하던데. 거기에 비하면 주말농장 흙은 허여멀건한 것이 살색에 가까운 색깔에다가 바람만 불면 흙먼지가 후루룩 날릴 것 같은 바삭한 흙이 덮인 밭 상태였다. 처음 농사를 지어보니 알 턱이 있나. 주민센터 자치위원에게 물어보니 원래 그런 것이라고 했다. 트랙터로 밭을 갈 때에 퇴비랑 비료를 넣었다고 했다. 그럼 그냥 바로 작물을 심어도 되느냐니까 그러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퇴비를 넣은 것도 없고 비료를 넣은 건 더더욱 없으며, 작물을 바로 심어도 되는지는 그 이들도 몰랐다는 어이없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초보자였던 것이다. 아무튼 첫 해에는 퇴비도 비료도 뭔지도 모르고 그냥 일단 심어 제쳤다. 그렇게 한 해 봄농사, 가을농사를 짓고 나니 양분 공급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이 하늘과 땅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터리를 치고 난 후의 밭상태, 두고랑이 내 밭이다.

농사는 하늘이 짓고, 땅이 짓는다고 한다. 인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땅이 좋아야 하고 날씨가 받쳐줘야 평타는 할 수 있다. 아무리 날씨가 농사짓기에 환상적으로 맞아떨어져도 땅이 안 좋으면 풍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씨앗도, 모종도 땅에 심으니까 땅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땅이 좋다는 건 어떤 것일까? 좋은 땅은 어떤 땅일까?


농사를 짓기 좋은 땅은 양분이 많고 물이 잘 빠지는 땅이라고 한다. 양분이 많으면 작물들이 잘 자라는 것은 당연하고 물이 잘 빠져야 뿌리가 썩지 않는다. 그런 곳의 흙은 양분이 많아 거무튀튀하고, 흙을 만지면 약간의 습기는 있지만 보슬보슬하다. 흙을 한 줌 쥐었을 때 살짝 뭉쳤다가 손을 털면 손에서 잘 털어지는 정도가 수분이 적당한 정도라 한다. 지렁이도 많이 살고 있다. 양분이 많은 땅에서는 작물들이 대체로 잘 자란다. 만약 내 땅이 그렇지 않다면? 간단하다. 그렇게 만들면 된다. 퇴비도 넣고, 흙도 갈고(객토), 경운도 하고, 땅심 좋게 하는 작물을 키우기도 하고. 그러나 그것은 한 두 해에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한 정도로는 어느 정도는 가능한 것 같다.




도시농부 이 년 차에 랜선스승님들께 배운대로 내가 했던 방법을 공유해 본다. 이 방법은 결코 정답이 아니며 개인경험에 의한 것이니 적당히 참고해서 본인만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주말농장에서는 3월 중순~말에 트랙터로 밭을 전체적으로 한번 갈아준다. 그것을 '로터리를 친다'라고 한다. 이 방법은 그 후의 이야기다.


첫째, 괭이로 밭을 한번 뒤집어 비닐, 나무뿌리나 가지, 쓰레기 등을 골라낸다. 비닐은 썩지 않고 뿌리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나무뿌리나 가지 등은 딱딱해서 그 해에 분해되기가 어렵다. 귀찮더라도 골라내는 것이 속 편하다.

돌과 폐비닐, 나뭇가지 등이 어지럽게 섞여있다. 실평수 겨우 3평 조금 넘는 밭에서 쓰레기만 한 봉지가 나오다니!

둘째, 뭉쳐있는 흙덩이는 깨어 부수고, 골프공 이상 되는 돌은 골라낸다. 흙을 폭신하게 해서 뿌리가 잘 내리게 하려는 것이 이유다.

셋째, 퇴비를 뿌려 잘 펴놓고 흙과 대충 섞어놓는다. 이때 4종 복합비료나 액비 EM활성액 등을 섞으면 더 좋다. 이때 약간의 칼슘(석회), 마그네슘(고토) 등을 섞어서 뿌려도 괜찮다. 원래 석회는 산성화 된 밭을 개량하기 위해 뿌리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석회비료를 뿌려두고 겨우내 묵히기도 한다. 그런데 작은 텃밭은 밭 만들 때 시간이 촉박하면 동시에 넣어도 괜찮다고 한다. 안 넣어도 크게 상관없다. 왜냐하면 복합비료에 들어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퇴비를 흙과 섞는 이유는 퇴비 중의 양분이 공기와 반응하여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흙에다가 양분을 잡아두기 위해서이다.

퇴비와 복합비료 등을 뿌리고 괭이로 잘 섞은 다음 고랑을 내었다 덮었다 하면서 하면서 평평하게 돌을 골랐다.

넷째, 약 열흘에서 보름정도를 매일 고랑 밑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적당히 젖을 만큼 물을 준다. 퇴비나 흙 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일 할 수 있는 촉촉한 환경을 만들어 퇴비나 복합비료의 양분이 흙에 잘 섞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밭들은 이미 작물을 심었지만 나는 밭이 조금 더 좋은 땅이 되기까지 물을 주면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흙은 겉으로 보기엔 딱딱해 보이지만 손을 찔러 넣으면 푹 하고 들어가고, 한 줌 만지면 시루떡고물처럼 보슬보슬해져 있다. 모종을 심었을 때 모종의 뿌리가 땅에 내리기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땅 속의 양분들도 뿌리가 흡수하기 좋은 형태로 변해 있다. 이렇게 변한 밭에 고랑을 만들어서 내가 원하는 작물을 심으면 된다. 방법이 어렵지는 않다. 조금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다. 그렇다 해도 이 방법대로 하니 작물이 대체로 잘 자라고 열매도 잘 맺는다. 세상에 공짜로 되는 것이 나이 먹는 거 말고 뭐가 있다고?

보기에는 굳어져 있는 흙표면인데 호미로 살짝 긁어보니 보슬보슬하게 흙이 부서진다. 장갑 낀 손으로 푹 찌르니 손가락이 훅 들어간다.

대부분의 주말농장이 개장하는 시기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3월 중순~말경이다. 밭을 만들자니 감자나 완두콩 같이 일찍 심어야 하는 작물을 심으려면 시간이 애매하다. 그러니 주말농장 개장과 동시에 밭 만들기를 실행해야 한다. 못했다고 농사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모자란 양분은 중간에 적절하게 채워주면 되니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하면 좋다는 것이다. 게다가 생업이 아닌 취미로 하는 도시농부라면 조금 더 빠르고 늦은 것이 대수랴. 늦게 심으면 늦게 먹으면 되는 거지. 내다 팔 것도 아닌데 몇 날 정도 늦고 빠른 것은 크게 관계는 없다.


중요한 것은 퇴비를 하고 곧바로 작물을 심으면 안 된다. 퇴비는 기본적으로 발효가 된 것을 사용하지만 간혹 발효가 덜 된 것들이 있다. 3~4월 시골 가면 코를 찌르는 똥냄새가 바로 그 증거다. 이런 퇴비들은 암모니아 가스를 내뿜기 때문에 작물을 죽일 수 있다. 그래서 가스가 빠질 때까지 최소 5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텃린이들은 이것만 조심하면 된다.




땅까지 준비작업을 잘해주고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할까? 구체적으로 어떤 작물을 어디에 심을지 랜선스승님들과 함께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또 신나는 시간이 왔다. 상상하는 시간.


<<다음에 계속>>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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