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텃밭농부의 텃밭 가꾸기-1
농사를 짓는 사람을 농부라고 한다. 농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생계를 영위할 목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과 생계와는 별도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행위 자체를 하는 사람이다. 전자의 농부는 '농업(agriculture)'을 하는 것이고, 후자의 농부는 '농사(farming)'를 짓는 것이다. 주말농장을 비롯하여 귀촌해서 집 앞마당에 텃밭을 가꾸는 사람, 집 옥상 또는 베란다 등에서 작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농업'에 종사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은 작물을 기르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수확물은 대부분 자가소비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농사가 수확물을 팔아 수익을 내는 수단이고 농사는 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행위 자체가 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말농장이나 텃밭 등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은 농업이 아닌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있다.
텃밭농사는 농업현장에서의 농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 텃밭농사는 씨앗이 싹이 트고, 자라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그 모든 과정이 목적이기에 작물이 조금 못생겨도, 수확량이 떨어져도 크게 상관이 없다. 작물을 건강하게 키워서 먹는다는 그 만족감 하나로 대부분의 것이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내다 팔 것도 아닌데 조금 못생기고 흠이 있으면 어떻고, 수확량이 적으면 또 어떤가? 못나도 잘나도 내 새끼인 것은 같다.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작물을 키워보지 않고는 느끼지 못하는 게 몇 가지가 있다.
도대체 얼마만큼 심어야 하는가, 언제 심어야 하는가, 언제 수확해야 하는가,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의 문제다. 처음 농사 지을 때 대부분 무엇을 심을까에 관심을 둔다. 그땐 땅의 넓이라든지, 작물이 다 자랐을 때의 크기 같은 것은 관심밖이다. 오로지 내가 키우고 싶은 작물에 집중하게 된다. 급기야는 의욕이 넘쳐서 엄청난 가짓수의 작물을 비좁은 땅에 모조리 심으려고 한다. 첫해의 욕망의 텃밭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지금 농사를 시작하려는 초보도시농부들에게 짧지만 강렬했던 경험담을 말해주고 싶다.
대부분은 농작물을 심은 후 많이 수확하는 것을 꿈꾼다. 예를 들어 상추를 심어서 나도 먹고, 부모님도 드리고, 친구나 이웃과도 나눠먹을 따뜻한 꿈을. 키우는 기쁨, 나누는 행복 무슨 공익광고 문구처럼 마냥 해맑고 따뜻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나눔도 반복되면 질리게 마련이다. 주변인들은 나 이외에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눔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소비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다. 상추만 먹고살 수는 없으니까. 주는 이는 나누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받는 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상추는 기온이 올라가면 쑥쑥 자라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수확해도 그 양이 제법 많다. 한 번의 나눔은 고마움이지만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상추를 어지간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계속 받기에 표정 관리가 어려워진다. 그러면 그를 보는 텃밭농부도 이걸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텃밭에서 상추가 나오는 시기는 마트에서 파는 상추도 얼마든지 싸다. 그렇다고 내 가족이 그 많은 상추를 먹어 없애기도 어렵다.
초보농부는 여기서부터 답답해질 것이다.
그럼 얼마만큼 심어야 하나? 내가 필요한 만큼 심는다.
필요한 만큼은 어떻게 계산하지?
주말농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작물을 중심으로 수량 계산을 해보자. 다음의 예시는 일주일에 한 번 수확했을 때 한 개체에서 수확할 수 있는 대략적인 양이다.
상추는 재식거리(작물사이의 간격) 20cm로 심었을 때 대여섯 장 수확이 가능하다.
감자, 고구마는 재식거리 30cm로 심었을 때 열매가 네 개 내외로 달린다.
고추, 가지는 재식거리 40cm로 심었을 때 세 개에서 일곱 개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
배추나 무는 줄뿌림이나 점뿌림으로 파종한 후에 솎아내어 최종 30cm 재식거리를 맞춘다.
감자나 고구마, 배추, 무는 한 번에 수확하므로 필요한 양만큼 심으면 된다. 토마토는 열매가 열리기 시작해서 익기까지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작물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수확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다. 그러나 열매가 열리고 익기 시작하면 금세 익는다. 찰토마토는 한 송이당 두세 개가 달리고, 방울토마토의 경우 한송이에 열개 이상 달리기도 한다. 오이는 백오이 기준 일주일에 한 개 이상 수확이 가능하다. 호박도 한 개 이상 가능하다. 상추를 예를 들어보자. 사진처럼 상추를 18개를 심었다면 상추가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생육을 시작할 때 일주일에 약 90장 을 수확할 수 있다. 상추를 아주 좋아하지 않는 이상 한 번 수확으로 4인가족 기준 두 가구 정도가 두어번 먹을 정도의 양으로 나눌 수 있다. 간혹 주말농장에서 대부분의 면적을 상추를 심는 사람을 볼 수가 있다. 볼 때마다 경외심이 들었다. 저 집은 상추로 동네 잔치를 하나? 아니면 상추를 내다 파나?
텃밭을 시작할 때 밭에 심어진 모종을 보면 그렇게 작고 소중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물은 자라기 때문에 다 컸을 때의 크기를 감안해서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이 정도의 수확이 가능하다 생각하고 예상값을 잡되, 가족의 취향이나 기호도에 따라. 그리고 밭의 크기에 따라 가감하면 될 것 같다.
수확량을 미리 예상하여 작물의 수량을 결정하는 것은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기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너무 많은 양을 심었다가는 공들여 키운 작물을 쓰레기통에 헌납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없다. 주말농장은 재배면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면적이나 수량 분배를 잘해야만 '다품종 소량생산'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예상 수확량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면 다섯 평 텃밭에 상추만 네 평 심는 우를 범하지 않을 테니까. 물론 계산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잘 길러내지 못한다면 이것은 그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재식거리를 잘 지키고 생육기간 일정에 맞게 잘 키우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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