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심고, 언제 수확할까?

초보 농부의 텃밭 가꾸기-2

by 라뮈씨

텃밭농사는 실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계절이 매우 중요하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 비슷한 날씨를 가진 동남아 등지의 열대기후는 연중 파종과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품종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일 년에 쌀을 두세 번 심어 수확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재해가 많기는 하지만 기온으로만 보면 농사짓기에는 좋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존재한다. 추워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겨울을 제외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기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3월부터 11월 초순 정도이다. 물론 월동이 가능한 작물이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월동'이다. 두 해에 걸쳐서 자라는 작물인 것이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일 년생 밭작물에 대하여만 이야기해 보겠다.





2. 언제 심고, 언제 수확할까?


주말농장을 처음 시작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표가 있다. 아래의 표는 중부지방에서 실외재배를 할 때 기준이다. 각각의 작물마다 파종 혹은 모종 심는 날짜와 재배기간, 수확기가 꽤 자세하게 기입되어 있다.

2025-03-28_21_45_52.jpg 주말농장을 시작할 때 자료 검색을 해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텃밭작물 재배 캘린더 - 매우 유용하다 출처: 농사로

이 시기를 규정하는 조건이 무엇일까? 그것은 온도이다. 온도 중에서 최저기온을 기준으로 한다. 작물마다 발아 및 생육에 필요한 최저온도가 있다. 이것은 작물의 원산지와도 연관이 있다. 더운 지방이 원산지인 작물은 높은 온도에서 발아하고, 서늘한 지방이 원산지인 작물은 낮은 온도에서 발아한다. 생육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고추는 원산지가 남아메리카 지역이어서 발아온도가 최저 20℃이상에서 발아한다. 따라서 최저 온도가 20℃ 이상으로 올라오는 5월 중순 이후에 모종을 심어야 잘 자랄 수 있다. 반대로 감자는 원산지가 안데스산맥이어서 최저 발아온도가 7~8℃라고 한다. 감자는 서늘한 기후에서 오히려 잘 자란다. 그래서 감자는 다소 추운 3월 하순에 심어야 좋다.


이렇듯 작물의 발아 및 생육에 필요한 최저 온도를 보고 파종이나 모종을 심는 시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 도시농부들이 흔히 재배하고 싶어 하는 감자나 완두콩, 상추 등 몇 가지 작물을 제외하고는 텃밭에 심는 거의 대부분의 열매작물은 그 원산지가 다소 더운 지방이다. 따라서 평균 최저기온이 10℃가 넘을 때를 모종을 심는 시점으로 본다. 그때가 중부지방 기준으로 5월 5일경이므로 보통 어린이날 즈음에 모종을 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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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일에 심은 감자가(좌) 4월 21일에 싹이 나왔다(우)


내가 기르는 작물의 수확시기는 내가 정할 수도 있다. 작물의 생육기간을 고려해서 내가 필요한 시점으로부터 거꾸로 계산을 해서 파종시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파종 후 한 달(고추, 토마토는 두 달) 정도 되면 모종 크기만큼 자라고 그로부터 약 한 달 정도까지 덩치를 키운다. 덩치가 다 자라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또 한 달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즉. 파종부터 수확까지 약 3~4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김장작물을 심을 때는 내가 김장할 시기를 두고 역으로 계산해서 파종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작물을 좀 늦게 심으면 어떡하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래도 괜찮다. 늦게 심으면 늦게 수확하면 된다. 내다 팔 것도 아니고 내가 먹을 건데 누군들 뭐라 할 것인가. 단, 가을작물은 시기를 맞추는 것이 좋다. 봄-여름은 점점 따뜻해지기 때문에 조금 늦게 심어도 괜찮다. 하지만 가을작물은 배추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서리 내리기 전에는 수확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늦으면 곤란하다. 모험심 충만하게 늦게 심어본다면, 본의 아니게 내 작물의 월동 여부를 이듬해 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P20250326_091455495_B68DE731-349B-496B-A08F-A69D927A5A80.JPG 2024년 가을에 심은 방울다다기양배추. 결국 그 해에는 수확을 못했고 이듬해에 밭 정리하러 가보니 살아있었다. 방울다다기양배추가 월동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는 나와 같은 취미농부들에 한정한 이야기다. 경제적인 측면으로 생각해 보면 도시농부들은 해당 작물이 많이 쌀 때 수확해서 먹는다. '건강한 먹거리', '내가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이라는 자부심 빼면 편하게 한 봉지 사다 먹는 게 낫다. 그러나 농업이 생업인 전업농부들은 이런 사이클을 따라가다가는 생업을 유지할 수가 없다. 해당 작물이 아직 풍성하게 나오지 않을 때 출하를 해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5월의 텃밭에 그 흔해빠진 상추값과 1~2월의 상추값을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어디 상추뿐인가? 토마토는 어떤가? 6월 말 한 바구니에 몇천 원 하던 토마토 가격이 11월 말에는 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장을 볼 때마다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난방비나 다른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업농부들의 작물재배 시간표는 취미농부들보다 늘 앞선다. 전업농부들은 농산물 출하시기에 맞춰 역산해서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는다.


내가 키울 작물을 언제 심고 언제 거둬야 하는가는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적기에 심어 적기에 다수확 하는 것이 성공농사이니까. 그러나 생계가 아닌 취미의 측면이 강한 도시농부의 입장에서는 그보다는 들인 노력의 결과를 농산물로 보상받는 뿌듯함이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뿌듯함은 자신에게 '수고했어'라고 무한한 칭찬을 해준다.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식구들과 주변 지인들이 맛있게 먹고 나누는 것만 봐도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돌아서면 또 자라나는 잡초 따위, 일하면서 흘렸던 뜨거운 땀방울은 모조리 향기로운 추억이 되어 돌아온다. 그럴만했다고.


KakaoTalk_20230621_150013600_14.jpg 2023년 6월 22일경 감자를 캤다. 수확 후 바로 쪄먹는 감자 맛이란! 바로 성공의 맛!

한 번이라도 성공한 기억은 무엇보다도 '다시 한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내가 첫해에는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토종오이가 정말 잘되었다. 6월부터 10월 말까지 오이를 백개도 넘게 따먹었었다. 아주 실하게 잘도 자랐다. 그 성공한 경험으로 이듬해 오이를 다시 심었다. 초보가 성공을 했기에 어떻게 해도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 해 오이는 한 개도 못 따먹고 말았다. 그 때라도 다시 심고 시작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심기가 싫어져서 안 심고 해를 넘겼다.


인생은 타이밍


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적절한 때가 있고, 그때를 맞추는 것이 성공과 행복의 열쇠라는 것이다. 텃밭농사를 짓다 보면 이 타이밍이라는 것에 대해 격하게 공감할 수 있다. 타이밍을 맞춰서 제 때 할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농사의 핵심기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음에 계속>>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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