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을 찾아서

텃밭 경작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

by 라뮈씨

어릴 때 농사를 짓던 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주변에 농사짓는 이도 없는 도시의 초보농부가 정보를 얻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일을 전혀 모르니 선후차성을 따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 때가 딱 그런 상태였다. 열정만 앞서고 정작 무엇부터 해야 할 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이른바, '빈 머리, 뜨거운 가슴' 이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던가? 들뜬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려 보았다. 뜨거운 가슴이 힘차게 움직이도록 빈 머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 곰곰이 생각했다. 일단 주말농장을 알려준 후배에게 전화를 해서 어디서 정보를 찾아야 할 지 물었다. 후배는 사이트 두 개를 알려주었다. 하나는,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농사로' 였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거의 모든 작물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다. 그리고 나 같은 초보를 위한 작물 심는 시기와 방법, 텃밭에 작물을 배치하는 법, 작물의 병충해 등의 영농정보가 거의 다 있다. 사진과 함께 수록이 되어 있어서 마치 전자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농사로 홈페이지 - '농업백과사전' e북이다. 지금은 AI 기능이 추가되어 더 좋아졌다

다른 하나는 '모두가 도시농부(이하 모두농)'라는 사이트였다. 여기서 '도시농부', '도시농업'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다. 농사로는 농사를 업으로 하는 전문농업인에게 조금 더 맞춰져 있다면 모두농은 취미농들에게 조금 더 적합한 사이트였다. 텃밭을 마련하고, 작물을 정하고, 관리, 수확하는 과정들이 조금 더 쉬운 말로 설명되어 있었다. 역시 정보강국 대한민국 인터넷에는 다 있었다.

모두가 도시농부 홈페이지 - 도시농업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다. 영농지식은 거의 농사로와 비슷하고 실시간 정보는 다소 약한 편. 주로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 신청때문에 많이 검색하는듯


그런데 두 곳 다 백과사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농사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이미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폭넓게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원래 그렇다는데 용어도 너무 생소했다. 분명 한국어로 쓰여있는데 외국어를 보는 느낌이었다. 마치 어릴 적 팝송 불러 보겠다고 영어발음을 한국어로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읽는 느낌이랄까. 단어공부를 먼저 해야할 판이었다.


초보 농부들이 알아듣기 쉽게, 그리고 매우 하찮은 정보까지도 얻을만한 곳이 필요했다.

농업과 아무 상관없이 살던 내가 관심을 가질 정도라면,
분명 나 같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 있겠지?

제일 만만한 네이버 카페를 뒤지기 시작했다. 예감은 적중했다. 씨앗을 심을 때 흙을 덮어야 하는지, 그냥 흩뿌려도 괜찮은지 같은 질문거리도 안될 것 같은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글을 달아주는 카페를 발견했다. 그 중 개설한 지 오래되고 회원이 가장 많은 곳 한 군데와 회원은 많지 않지만 꾸준히 글이 올라오는 곳, 두 군데에 가입했다. 전자는 그간 쌓여있는 빅데이터가 있을 것을 기대했고, 후자는 질문 요청 시 빠르고 섬세한 답변을 기대해서였다. 결론적으로 후자는 기대에서 조금 빗나가기는 했지만. 예상대로 경험치에서 우러나온 신속한 답변들, 각 지역별 실시간 작물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엔 초보농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문 농업인이나 만렙 경험치를 자랑하는 회원들도 많았다. 신기한 작물, 이를테면 외래종 작물이나 토종작물을 키우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다. 이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질문에도 초보의 눈높이에 맞춘 답변을 해 주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친절하게 말이다. 문제는 그 답변이 거의 개인적인 경험이라 지역이나 개인의 능력에 따라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에서 '텃밭'으로 검색한 카페들 - 회원이 많거나 활동이 활발한 곳을 골라 가입했다. 실시간 문답이 달리는 것이 정말 유용했다.



직접 보여주며 가르쳐주는 건 없을까?

간접경험의 효과를 극대화해 주는 유튜브를 검색해 보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 이상 온라인 강의들이 어색하지 않을 때라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이전에는 웃고 떠들기나 하는 시시껄렁한 영상들이나 있다고 생각했던 유튜브를 거의 시청하지 않았었다. 지금 시대에 무엇을 배우거나 알고 싶을 때 제일 먼저 검색하는게 유튜브라고 하던데 즐겨 보지 않으니 알 턱 이 없었다. 게다가 '농사'를 유튜브로 배운다는 게 조금 더 생소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로 농사를 간접 경험하고 있었다. 몇몇 유튜버들은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방법들, 이를테면 농기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이나 퇴비를 밭에 어떻게 뿌리는지, 감자 심는 간격은 호미 하나 길이로 한다든지 하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영상으로 보여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여러 유튜브 채널을 보고 가장 신뢰감이 가는 몇 개의 채널을 구독했다.

'텃밭' 으로 검색한 유튜브 영상들. 여러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가장 믿음이 가는 채널을 구독했다.


이렇게 농업의 일반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표준 지침서인 '농사로', 생생한 현장경험적 지식과 내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워줄 '네이버 텃밭카페', 영상으로 가상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유튜브'로 나의 랜선스승님을 정했다.




호기롭게 텃밭을 시작 해놓고 방법을 몰라 많이 막막했는데 또 길을 찾으니 이렇게 보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뜻을 세우고 공을 들이니 길이 보였다. 이제 그 길만 잘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스승님을 모셔놓고 처음 시작하는 텃밭을 어떻게 가꿔야 할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은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작물을 심는지를 살펴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모든 취미가 그러하듯 열정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아는 게 없으면 그 뜨거웠던 열정마저도 이내 식어버린다. 열정은 지식이라는 땔감을 계속 공급해 줘야 그 불꽃이 오래 가는 법이다. 이렇게 뜨거운 가슴을 뒷받침해 줄 '빈 머리'를 조금씩 찬찬히 채워갔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데 헛수고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텃린이 라뮈씨의 지식이 +1이 된 순간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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