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워녕 Dec 15. 2019

*'브런치'라는 이상한 기적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지난 한 주 동안은 많은 일이 있었다. 


 월요일 오후, 갑자기 브런치 조회수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보통 글 하나에 조회수 20~30 정도면 엄청 많은 숫자였는데, 갑자기 300, 400이 찍히기 시작했다. 얼마 후 요란한 알람이 울렸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알아보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다. 하트가 많아지거나 구독자수가 늘지는 않았지만, 조회수가 '이상했다'. 다음 직장IN 화면에 올랐다는 걸 안 것은 한참 나중이었다. 

 사실, 그동안 뭔가를 계속 쓰긴 했지만, 그건 그저 내 일상을 기록하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누가 봐주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걸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끄적였을 뿐. 시간이 지나 내가 예전에 써놓았던 글들을 보고 '내가 저런 생각을 했었구나'하고 떠올리는 정도의 역할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고 전격적으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자, 하트를 눌러주는 사람이 생기고 구독자가 한 명씩 생겼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그래 봤자 하트는 많아야 4~5개 정도였고, 구독자는 4명이었지만. 


 그런데 갑자기 다음 화면에 내 글이 오르고, 조회수가 폭발했다. 늘 봐오던 저 화면에 내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과,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한 나의 제목이 보이자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좋은데, 이상한 기분. 

 이 지경이 되고, 내가 썼던 저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나는 아직 혼자 끄적거리던 옛 버릇이 남아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이렇게 공공연한 자리에 내놓을 만한 컨텐츠도, 문장력도 아니었다. 심지어 사진. 굳이 남의 사진을 쓰고 싶지 않아서 내 사진을 썼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을 좀 더 공들여서 찍을걸. 

 

 분명 좋은데, 많은 사람이 내 글을 봐주니 분명 좋은 게 맞는데, 기분은 이상했다. '다음 화면에서 없어지면 이 난리는 한 때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묘한 하루를 보냈다. 이 해프닝은 생각보다 길었다. 월요일 오후에 시작된 이 난리는, 수요일 밤에 조회수 4000을 넘기며 마무리되었다. 



 휴. 끝났구나. 길고 길었던 '한 때 반짝'이었다. 

 나는 다시 나의 페이스로 돌아가 '작가의 서랍'을 열어 지난주에 쓰다 말았던 글을 썼다. 




 그런데 다음날인 목요일, 또 이상하게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른 글이었다. <바른 자세를 향한 도전>처럼 다이내믹한 변화는 아니었지만, 브런치 진동이 계속 울렸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어느새 '구독자가 10명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림까지 떴다. 


 이건 또 무슨 난리람. 내 페이스로 돌아온 지 뭐 얼마나 지났다고. 


 다음 화면의 모든 탭을 다 눌러보고 새로고침하며 찾아봤지만, 답은 다른 곳에 있었다. 브런치 앱 화면이었다. 그것도 그냥 브런치 화면이 아니고,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에 우리 집 치와와가 '뙇'!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좋으면서도, 또 이상했다. '어쩌지',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러는 사이 구독자가 20명이 되었다. 물론 다른 훌륭한 작가님들에 비하면 구독자 20명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숫자지만, 나로서는 2000명은 되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이상한 책임감까지 생기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음 화면에 올랐을 때는 해당 글의 조회수만 폭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나의 다른 글들도 조회수가 함께 꽤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내 글을 하나씩 다시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봐달라고 쓴 글이 아니었기에, 거친 내 진심과 불안한 내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나의 글들. 사실 이것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내 브런치를 알리지도 않았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걸 느끼는 동시에, 내놓기 부끄러운 내용과 문장들이 자꾸 눈에 걸렸다. '고쳐야 하나', '발행 취소를 하고 다시 써야 하나', '어쩌나'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는 중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이 생겼다. '아껴서 조금씩 속도를 더 천천히 읽어나가겠습니다'라는 말에 갑자기 울컥하면서 내 속에서 묵직한 뭔가가 올라왔다. 세상에! 이렇게 봐주시다니. 

 

 언젠가는 정말 '작가님'이 되어 내 책을 내고 싶긴 하지만 아직은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던 나에게, '그래도 언젠가 내가 책을 내면 좋아해 줄 사람이 몇 명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뭉클해졌다. '내 글을 곱씹어 읽어주는 사람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에서는 묘한 사명감까지 생겼다. 


 한 사람에게 뭉클함과 사명감을 갖게 하는 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나도 아이들을 가르쳐봤지만, 수학과 영어는 가르칠 수 있어도, 꿈을 갖게 하는 건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꿈을 갖는다는 건 기적이다.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꿈은 꿈 자체로 이미 기적이다. 그렇기에 모든 꿈은 아름답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이게 나의 신념. 


 꿈이라는 기적을 만나니 성장에 대한 욕망이 일어난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지만, 그렇기에 자랄 수 있다. 점점 더 좋은 내용으로 차츰 더 좋은 글을 써보리. 꽃 같지는 않아도 꿈결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게 되는 것 같아도, 그래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브런치 덕분에 참 이상한 일주일을 보냈다. 

  



 


  숨겨두었던 나의 꿈이 언젠가는 '정말'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설렙니다. 

  깊이 고민하고 마음을 가득 담아 환하게 써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몸'이 있기에 '마음'을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