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24.
제목: 오늘의 운세(運勢)와 인생의 조복(造福)
매일 현관문 앞에 배달해온 신문을 집어 드는 행위만으로 의미 있는 하루로 느껴진다. 매일 출근하면서 가지고 갔다가 읽지 못하고 퇴근하면서 다시 가지고 오는 날이 더 많다. 쌓이면 그것도 부담이 되어 큰 제목만 읽으며 관심 있는 분야만 죽 찢어 보관했다가 짬짬이 읽거나 토요일 오전에 모아서 읽는 편이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냥 못본 체 넘겨버리고 마는데 놓치지 않고 꼭 보는 게 있다. 바로 오늘의 운세이다. 운세를 믿고 의지해서가 아니라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오늘의 운세도 나름의 서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돌려막기식 문장도 많고 당연한 이치를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것에 웃음도 나오지만 가끔은 가슴에 와닿는 문구하나 만나면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구를 만난 느낌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일과 관계에 대한 나름의 직관과 통찰이 간결하게 표현된 문구를 만나는 재미가 있고 좋은 말도 많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띠와 내용 그리고 나의 개똥철학과 의견을 첨가하였다.
96년 쥐띠 ‘작은 것도 모이면 크게 이루어지니 성실히’- 96년생인데 당연히 성실하게 살아야지
27년 토끼띠 ‘불안해하지 말고 때를 기다려라’ - 27년생이면 94세인데 그 나이에도 인생에 불안할 일이 남아있다는 말인가? 때를 기다리라는 말은 죽을 때로 해석하는 건 과한 건가?
67년 양띠 ‘매매나 계약 시는 끝날 때까지 조심해야’ -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 나도 명심하자
나의 오늘의 운세는 아주 좋다. 그러나 내일의 운세는 아주 안 좋다. 하루 차이로 이렇게 운세가 달라져도 되나? 라는 생각과 함께 가능한 한 과제는 오늘을 넘기지 말자고 마음 다잡는다.
덤으로 그날 나의 운세도 좋으면 기분 나쁠 일이 없고 설사 나쁘면 믿지 않고 미신으로 치부하면 편리하다.
내가 비록 신문의 오늘의 운세를 매일 빼놓지 않고 보지만 논리에는 맞지 않지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사자성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운칠기삼은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뜻이다. 곧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을 차지하고, 노력이 3할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실에선 운칠기삼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 마음으로는 힘 빠지게 하는 사자성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전에는 여유가 있어 토요일 신문을 제일 꼼꼼히 보게 된다. 토요일 신문은 평일보다 매수는 적지만 여행, 독서, 시, 영화 등 문화적인 내용이 많아 흥미를 더 끈다. 여행지로 경북 안동이 소개되었다. 조선의 성리학자였던 퇴계 이황과 도산서원이 있는 안동에 대한 여행 정보와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의 소개도 나오고 기자는 퇴계 16대 종손인 이근필 옹(90)의 만나 매실차를 놓고 30분 동안 무릎을 꿇은 자세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젊은 학생들이 방문해도 어르신의 ‘공경의 무릎 꿇기’ 자세는 늘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와 기자에게 직접 붓글씨로 쓴 ‘조복(造福)’글귀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는 구복(求福)이나 기복(祈福)과 달리 스스로의 힘으로 ‘복을 만들어 낸다’는 단어를 젊은이들에게 널리 알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황의 호인 ‘퇴계(退溪)’는 ‘시냇가로 물러난다’는 뜻이라고 한다. 역시 남다르게 다가오는 호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운세는 매일 재미 삼아 보면서, 일생은 ‘조복(造福)’과 ‘퇴계(退溪)’의 뜻을 담으며 살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