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사진일기-8-2021.4.21

제목: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더 사랑하는 사람이다.

by 제대로 삶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더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들은 전 세계가 코로나로 혼란에 빠져있을 때 그리고 대구 신천지로 대한민국이 정신없을 때 군 입대를 했습니다. 집합장소에 차가 정차해 있으면 아들만 내려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하고 아들 뒷모습만 보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드라이브스루로 입대했어요. 강원도 철원 3사단 백골부대훈련소로 들어갔는데 해골이 부대마크인 것부터 최전방이라 악명 높은 군기와 고된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군대에 대해서 일자무식인 저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핸드폰에 국방부 어플리케이션 더 캠프도 깔고 부대중대장이 개설한 밴드도 가입하면서 무슨 소식이라도 올라오는 거 없나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훈련소에서 저녁 먹고 아들에게 허용된 하루 5분 전화를 받으려고 저녁 5시부터는 핸드폰을 손에 잡고 있었고 저녁을 하면서도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들은 훈련소에서 분대장도 맡고 나름 잘 적응했어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대견했어요.


자대 배치 받고 훈련받고 3개월이나 지나서 2박3일 신병휴가 한번 올 2월 4박 5일 상병 휴가 나온 채 두 달만 있으면 입대한지도 일 년이 되어갑니다. 군인과 연애경험이 없었던 저는 아들 군대 보내고 면회라는 걸 경험 하겠구나 했었는데 제 인생에서 군 면회와는 인연이 없나봅니다. 지난 주말 아들은 전화로 이번 주 내내 훈련 들어가서 연락이 안 될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상병을 달고 선임으로 훈련하는 거

라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훈련이 받았을까 싶어 안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메시지를 남겼어요.


안전하게 훈련을 마칠 수 있도록, 선임으로 현명하게 잘 처신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는 보낸 거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금요일을 맞으니 무사하게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감사하고 내일이면 아들 목소리 듣겠구나 싶어 설레기도 합니다. 속은 다정한 성품인데 표현을 잘 못하는 아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나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있다는 거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엄마라는 그 이유만으로 모든 싸움에서 진 싸움인 것도 인정합니다. 전화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 몇 십년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들 덕에 사랑이 많아지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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